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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엘프스테덴토흐트(Elfstedentocht)'라는 세계 최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대회가 있다.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 주의 강과 운하를 연결해 11개 도시, 200㎞ 를 일주하는 대회다. 200여 명의 엘리트선수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2만여 명의 스케이트 동호인, 시민들이 이들의 뒤를 따라 질주한다. 스케이트 애호가인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황태자 시절인 1986년 신분을 숨기고 몰래 참가했다가 유쾌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이 대회 우승을 더 큰 영예로 여긴다. 안전을 위해 모든 구간의 얼음이 자연적으로 15cm이상 얼었을 때만 열리기 때문에 영하 20도 이하의 엄동설한이 아니면 열리지 못한다. 1909년 첫 대회가 열린 후 마지막 대회는 1997년이었다. 매년 겨울, 네덜란드인들은 '강추위'를 열망한다. 따뜻했던 지난 겨울에도 이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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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트는 1600년대부터 주요 이동수단이었다. 1889년 KNSB가 설립됐고, 1892년 강을 얼려 첫 스피드스케이팅 대회를 열었다. 1901년 시작된 '엘프스테덴토흐트'는 어린아이부터 국왕까지, 전국민이 참가하는 스케이팅 축제로 자리잡았다. 스케이트를 사랑하는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은 빙판위에서 스케이트를 신은 채로 왕비에게 프러포즈했다.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다.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에 유독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취재진의 질문에 ? 스눕 KNSB 언론홍보부장은 이렇게 답했다. "네덜란드의 스피드스케이팅 등록선수는 15만 명에 달한다. 400m 트랙 경기장만 무려 17개가 있다. 국민 누구나 스케이팅을 즐긴다." 옌네케 보헤르드 KNSB 국제부장 역시 "네덜란드인들이 태어나서 걷는 것, 수영, 자전거 다음으로 배우는 것이 스케이팅이다. 네덜란드인들 안에 스케이팅의 피가 흐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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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위치한 아이스링크 '더 베흐츠 바는'에는 평일 오후 4시에도 동호인, 선수들이 넘쳐났다. 예닐곱살 꼬마부터 60세를 훌쩍 넘긴 노인까지 저마다 자신의 속도로 스케이팅을 즐겼다. 평일에는 하루 1000명, 겨울방학 등 성수기에는 하루 2000명이 이 링크를 이용한다. 지역 클럽팀 소속의 에이미(13), 펠리시아(14), 아눅(15)이 나란히 얼음을 지치다,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올림픽은 아직 모른다. 취미로 친구들과 재밌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6~8세에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펠리시아는 "여섯살 때부터 선수인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스케이트가 정말 멋있고 좋다"며 활짝 웃었다. 볼이 발그스레 달아오른 소녀들이 얼음판을 씽씽 질주했다. 링크 벽면에는 세계를 제패한 스벤 크라머, 밥 데용 등 '빙속 영웅'들의 이름이 빼곡이 새겨져 있었다.
위트레흐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