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의 '유럽파·이정협 고민' 그리고 안갯속 미래

기사입력 2016-03-14 20:43



손흥민(토트넘)이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로 제외된 가운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울산)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발탁도 있었다. 고명진(알 라이안)과 오재석(감바 오사카)이 슈틸리케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차전 레바논전(24일 오후 8시·안산)과 태국과의 친선경기(27일·원정)에 출전할 2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고명진은 두 번의 A매치 경험이 있지만 나와는 처음 함께한다. 고명진은 FC서울 소속부터 지켜봐 왔다. 당시에도 실력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꾸준함에서 다소 부족했지만 카타르 이적 후에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한 것 같다. 우승을 확정지은 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A대표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서 발탁했다. 오재석은 감바 오사카라는 좋은 팀에서 주전 입지를 다지는 단계라서 선발했다."

유럽파 가운데는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 홍정호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석현준(포르투) 등이 재신임을 받은 가운데 중국에서 뛰는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부리) 정우영(충칭 리판) 김기희(상하이 선화) 등도 재승선했다. 중동을 누비는 곽태휘(알 힐랄) 남태희(레퀴야) 한국영(카타르SC) 등도 변함없이 슈틸리케호와 함께한다. K리거 가운데 이재성(전북)과 황의조(성남)가 재발탁됐다.

골키퍼도 제자리를 잡았다. J리그를 누비는 삼총사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성룡(가와사키)이 오랜만에 함께 호흡한다.

레바논과 태국의 2연전은 올해 처음 열리는 A매치다. 고명진과 오재석을 제외하고는 '구관이 명관'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고민의 흔적을 지워내지 못했다. 가장 큰 숙제는 역시 흔들리는 유럽파의 위상이다. 구자철 외에는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출전보다는 교체, 결장 소식이 더 많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유럽파 선수들이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 여부를 A대표팀 발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유럽파들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경기력 측면에서 소집하지 않았다면 박주호 김진수 이청용 등은 다 소집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반쪽짜리 팀이 돼야 한다. K리그가 불과 2일 전에 개막했기 때문에 소속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선수들을 합류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 16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A대표팀에 불러 들여서 믿고 신뢰하고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협의 복귀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8월 부상 이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군 제대 후 부산에서 울산으로 임대된 이정협은 13일 상주 상무와의 원정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했다. 하지만 전반 초반 단 한 차례의 슈팅 외에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팀의 0대2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여전했다. 그는 이날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함께 상주로 이동, 이정협의 경기력을 점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솔직하게 답변하면 이정협 뿐만 아니라 박주호 김진수도 이번 명단에 들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A대표팀 상황이 6전 전승으로 최종예선을 확정지은 상태고, 지난해 선수들이 A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부상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이번 기회만큼은 이 선수들을 다시 부를 여력이 됐다. 지난해 보여준 좋은 모습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 불렀다. 이정협의 경우 어제 경기에서는 호날두나 메시가 서 있다 해도 볼이 잘 가지 않았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미래도 걱정이다. 슈틸리케호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앞서 6월 1일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이 기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도 친선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손흥민을 포함한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년간 가장 우수한 대표팀이었던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다. 우리 팀이 최고의 모습으로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싶다. 당연히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해야 한다. 하지만 기성용이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3명이 빠진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평가전을 갖기 어렵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올림픽대표팀도 같이 유럽 원정을 나가면 첫 경기는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함께 뛰고, 두번째 경기는 올림픽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신 감독은 "같이 유럽을 간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계획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국내에서 평가전을 한다면 우리에게 배려를 해주지 않으실까 싶다. 리우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대회가 있기에 양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슈틸리케호는 여러모로 안갯속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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