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단독인터뷰]정몽규 회장 "FIFA 도전 선언, 호날두-메시 만들 것"

기사입력 2016-03-20 17:49


창간특집 인터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용산 아이파크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17/

2013년 1월 28일, 한국 축구의 선장이 바뀌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4)이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했다. 과연 '정몽규호'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기대도 컸지만 물음표도 있었다. 3년이 흘렀다. 작은 물줄기가 도랑을 이루고 강과 바다를 만난다. 변화는 조용하게 시작됐다.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에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몽규호'는 어느새 바다를 만나 항해하고 있다. 곳곳에서 열매도 열리고 있고, 물음표도 지워졌다.

정 회장은 취임 첫 해,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다. 현실이 됐다. 내년 10년 만에 한국에서 FIFA 주관 대회가 열린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상생은 오랜 숙원이었다. 올해 매듭이 풀렸다. A매치와 K리그, 공동마케팅을 통한 중계권 협상으로 첫 단추를 뀄다. 지난달에는 생활체육인의 모임인 전국축구연합회와 잡음없이 한 식구를 이뤄 초대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에 추대됐다. 7일 발족한 2017년 FIFA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에는 만장일치로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물론 좌절도 있었다. 2019년 여자월드컵 유치는 실패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FIFA 집행위원에 도전했지만 중동이 중심인 '거대한 카르텔'에 발목이 잡혀 낙선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만족해야 했다. 전화위복이었다. FIFA는 결국 자멸했다. 제프 블래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지난달 46세의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이 새로운 FIFA 회장에 선출됐다.

변화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부패의 온상으로 비판을 받아온 '절대 권력'인 집행위원회가 폐지된다. 대신 FIFA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36명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국제 축구 외교에서 겸손하면서도 개혁적인 이미지로 '고자세 외교'의 이미지를 털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시 도전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스포츠조선 창간 26주년을 맞아 17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현대산업개발 회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선거를 통해 AFC 회원국 회장들과 친해질 기회가 됐다. 다 잘 아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분들이 한국 축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좋게 평가를 해주면 굳이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협의회의 AFC 몫은 7자리다. 기존 4명의 집행위원은 자동적으로 협의회에 포함된다. 남은 3자리 중 1자리는 여성으로 채워진다. 정 회장은 2자리 가운데 1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시 발로 뛰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 회장이 FIFA 협의회 진입에 성공하면 한국 축구 외교는 다시 한번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한국 축구는 2011년 1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부회장 선거에서 5선에 실패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대기업 오너인 정 회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그는 축구를 비롯해 수상스키, 스키, 테니스, 승마, 산악자전거 등 만능 스포츠맨이지만 요즘은 운동할 시간이 없단다. "그것이 가장 안타깝다"는 말에서 정 회장의 오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 회장의 '축구 이야기'를 시작한다.


창간특집 인터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용산 아이파크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17/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2017년 FIFA U-20 조직위원장 그리고 리우올림픽 선수단장에도 내정됐다는 소식이 있다. 기업과 체육계를 동분서주하는 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정말 많이 바쁘다(웃음). 밤이든, 낮이든, 비행기 안이든 늘 시간과 싸운다. 효과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다보니 중요한 것 위주로 하려고 한다. 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축구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사업에도 새로운 영감과 시각을 제공한다. 늘 시간이 모자라지만 보람있게 보내려고 한다. 리우올림픽 선수단장은 아직 확정이 안됐다. 다만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가 통합됐다. 첫 일성에선 올해를 '내실의 해'라고 밝혔는데 세부적인 통합 작업이 한창일텐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통합으로 인해 축구 환경이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구단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고 생활체육의 합류로 축구 시장의 산업화가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첫 번째 과제는 호날두, 메시처럼 축구 천재를 만드는 것이다. 축구는 전 세계인과 경쟁하는 것이다. 또 생활체육이 조기축구, 직장인 위주로 돼 있는데 일반 학생들도 공부하면서 축구를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 수 있는, 톡톡 튈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다.

-FIFA U-20 월드컵은 1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FIFA 주관대회다. 조직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는 데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이세돌을 통해 바둑에 새로운 관심이 늘 듯 축구에서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 만의 대회가 아닌 축구 본연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는 대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올해 8월 리우올림픽이 열리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도 시작된다. 세계 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무대인 리우올림픽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전망은.

국민 대다수가 결과를 기대하듯 나 또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결과 위주로 전망하기보다 과정이 얼마나 준비가 잘됐고, 어떤 경기를 펼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정이 좋고, 미래에 희망을 던졌다면 훌륭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작이 반이듯 준비를 잘하는 것이 성공의 반이다.


창간특집 인터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용산 아이파크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17/
-슈틸리케 감독이 성공적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늘 결과 지향적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원칙을 잘 지키려고 하는 것은 물론 독일 분이지만 한국 축구의 단기적인 업적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 미래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인간 슈틸리케는 기본적으로 무뚝뚝하다(웃음). 틀린 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금까지 준비를 잘해왔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쉬운 월드컵 최종예선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종예선은 진짜 어려운 상대들을 만나는데 협회도 항상 긴장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 총재 출신 대한축구협회장이라 행보가 남다르다. K리그와의 상생에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통합 마케팅은 물론 중계권 협상에서도 한 배를 탔다. 최근 중계권 협상의 합의로 올해 K리그 중계가 더 확대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K리그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 프로연맹 총재를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K리그와 협회의 관계였다. 긴밀하게 공조하며 충분히 성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상당히 안타까웠다. 중계권의 경우 K리그는 약자다. 그래서 A매치와 연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협회와 K리그가 협력하면서 올해 K리그 중계가 배 이상 늘어난다. 전체 경기의 60%인 140경기 이상 중계가 된다고 한다. K리그의 고정팬 증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축구장을 찾아 직접 관전하면 오감을 통해 즐길 수 있다(웃음).

-축구 외교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FIFA는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신임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축구에는 스포츠맨십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있다. 어떤 조직보다 더 높은 도덕적인 우월감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니 스포츠맨십의 가치가 현대 축구에서 많이 사라졌다. 모든 것을 명예보다 상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이 축구를 상업적으로 엄청나게 발전시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스포츠맨십 철학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인판티노 회장과는 UEFA 사무총장 시절부터 잘 알고 있다. 훌륭한 행정가고, FIFA 회장으로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취 욕구도 클 것이다. 새로운 회장은 스포츠맨십 회복에도 계기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

-FIFA는 집행위원회를 폐지하고 투표를 통해 36명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도입하기로 했다. 협의회에 도전할 계획은 없나.

지난 번 총회 때 규정이 바뀌었고 효력을 발휘하는 데 두 달 걸린다. 이어 AFC도 규정을 바꿔야 하고 선출기간, 후보 등록 등 네 달 정도 더 걸릴 것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쯤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거를 통해 AFC 회원국 회장들과 친해질 기회가 됐다. 다 잘 아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분들이 한국 축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좋게 평가를 해주면 굳이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통합 축구협회는 오는 9월, 4년 임기의 축구협회장을 새로 선출한다. 선거인단도 106명으로 늘었다. 재선 도전 계획은.

축구계에 기여가 있느냐, 없느냐는 평가받아야 한다. 더 훌륭하신 분이 나올 수도 있다. 열심히 했지만 축구계의 평가가 중요하다. 평가는 하루 아침에도 바뀔 수 있다. 또 선거인단도 바뀌고 대폭 늘어났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 겪는 구도라 예측이 쉽지 않다.

-축구 산업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통합 축구협회는 2026년 통합 승강제 구축 등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은 데 축구 산업화에 대해 어떤 복안이 있나.

산업화를 통해 크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축구는 전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산업화의 첫 걸음은 축구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어떤 토양을 만드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영재를 포용하는 수용 능력이 약하다. 변해야 한다. 축구계가 특히 영재 수용에 앞장설 것이다. 어린 친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K리그의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도 하나의 통로다. 학원 축구의 경우 진학문제로 저학년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축구는 연령을 뛰어넘어야 한다. 교육 환경 등 여러가지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축구에서라도 그 환경을 만들고 싶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고. 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축구계가 앞장서서 사회의 모범이 되는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다. 팬들도 기다려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축구 환경을 조성할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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