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막내린 '감독' 네빌, 축구는 입으로 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03-31 09:16


ⓒAFPBBNews = News1

선수들이 은퇴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3가지다.

지도자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축구와 상관없는 길을 걷거나. 최근에는 축구를 대상으로 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며 방송과 신문 지면에서 활약하는 축구 전문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카이스포츠 등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중계권료를 뽑기 위해 프리뷰쇼, 혹은 경기 후 분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에 비해 분석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스타 분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국영방송의 BBC가 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쇼 '매치 오브 더 데이'의 터줏대감 개리 리네커, 알란 한센, 마크 로렌슨 등을 비롯해 제이미 레드냅, 폴 머슨 등이 스타 분석가로 불리고 있다.

최근 은퇴한 선수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은 개리 네빌이 대표적이다. 선데이타임즈 칼럼리스트로 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네빌은 2011~2012시즌 스카이스포츠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석가 생활의 문을 열었다. 네빌은 현역이던 2002년에는 ITV에서 월드컵 분석가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거침없는 분석을 이어갔다. '모두까기'라 불릴만큼 촌철살인의 비평을 계속했다. 일부 감독과는 불편한 관계까지 이어갔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분석가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며 네빌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팬들은 네빌의 분석에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180도 바뀌었다. 다른 감독들의 전술을 비판하던 성공한 분석가에서 분석가들의 비판을 받는 실패한 감독으로. 발렌시아에서 추락을 거듭하던 네빌 감독이 결국 경질됐다. 발렌시아는 31일 오전(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심사숙고 끝에, 개리 네빌 감독과의 계약 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네빌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기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파코 아예스테란 코치가 감독직을 대신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빌 감독은 "발렌시아 클럽과 팬들, 스태프 및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발렌시아 감독에 부임할 때 이 팀에 오랫동안 있고 싶었지만 이것이 곧 비지니스이며 구단의 결정을 이해한다. 지난 28경기의 결과들(10승7무11패)은 나와 팀이 원했던 결과들이 아니었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네빌은 지난해 12월 초,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산투 감독의 후임으로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계약 기간은 오는 6월까지인 7개월로, 단기 계약이었다. 지도자 경력이 없는 네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물론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네빌은 취임 후 리그 경기에서 9경기(5무4패) 동안 승리를 못 거두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발렌시아는 네빌 감독 밑에서 강등권으로 추락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코파 델 레이에서 모두 탈락했다.

네빌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현장과 밖의 온도차는 크다. 분석가는 결과를 두고 얘기를 한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두고 분석한다. 반면 감독은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최상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경험과 감, 그리고 선수단 전체를 관통하는 운영능력이다. 감독을 매니저라고 하는 이유다. 네빌은 잉글랜드 대표팀 수석 코치를 역임하며 전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코치와 선수단 전체를 컨트롤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흔한 유소년 감독직도 수행한 적이 없는 네빌 감독은 고비 마다 악수로 어려운 결과를 자초하고 했다.

주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네빌을 만나 "벤치에 있으면 비디오를 멈출 수도 없고, 스크린을 터치할 수도 없으며, 선수들을 그에 맞게 움직일 수도 없다"고 했다. 현장과 밖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축구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며 분석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대신 현장에 대한 존중감을 높이는게 답이다. 네빌 감독은 그간 자신이 뱉었던 말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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