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티아고, 성남 보배로 거듭난 비결은?

기사입력 2016-04-11 18:52


성남 티아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비결? 특별한 게 있나. 어르고 달래주면 되지."

성남의 선두 행진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이 '달라진 티아고'에 대해 한 말이다.

K리그 올 시즌 현재 가장 '핫(hot)'한 외국인 선수는 성남 티아고(23)다.

시즌 개막전부터 4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K리그 역사상 시즌 개막전부터 4경기 연속 득점 기록은 FC서울에서 뛰었던 몰리나(2012년)와 타이다.

13일 전남전에서 또 골행진을 벌이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포항에서의 티아고 입지를 생각하면 올 시즌 약진은 놀랍다.

티아고는 지난해 포항에서 K리그에 데뷔해 25경기 4골에 그쳤다. 그 25경기도 주로 조커로 투입됐다.

다른 문제가 있어서 주전을 꿰차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까지 포항을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은 티아고를 긴 안목에서 영입했다.

나이가 젊은 유망주인 만큼 서서히 키워서 요긴하게 써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황 감독이 용퇴하면서 티아고의 입지도 흔들렸다.


포항 구단은 즉시 주전감이 못된다고 판단한 티아고를 포기했다. 사실상 버림받은 티아고는 성남 김학범 감독의 손을 잡았고 포항에서의 한을 풀듯 완전히 달라졌다.

버림받은 티아고가 성남의 '보배'로 거듭난 비결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판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김 감독의 노하우가 숨어있었다.

김 감독은 "티아고의 단점보다 장점을 살려주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단점과 장점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 중에 어느쪽에 집중해 컨트롤하느냐는 감독의 선택인데 장점을 부각시켜 어르고 달래줬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티아고는 우수한 슈팅 감각과 스피드가 장점이다. 황의조 김두현 등 옆에서 도와주는 선수가 있으면 티아고의 장점이 극대화될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훈련이나 경기 운영에서 티아고가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기회를 줬다. 티아고에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수 전환이나 문전 찬스 만들기 과정에서 간혹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김 감독은 티아고의 단점을 고치는 것보다 장점을 살려주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국내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프로에 입단할 수준이라면 플레이 특성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단점이 쉽게 고쳐지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면 차라리 장점을 자꾸 키워줘서 장점이 단점을 덮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의 방식대로 외국인 선수를 다루려면 마음 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수십번 새겨야 가능할 노릇이다. 결국 티아고는 단점에 대한 비난보다 장점에 대한 칭찬 덕분에 보란듯이 춤을 추고 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마냥 기를 살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난 9일 인천전(3대2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티아고에 대해 "골을 넣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뛰지 않은 플레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경고탄을 날렸다. 이 역시 김 감독의 용병술이다. 장점을 막 키워주다가도 단점을 한 번씩 툭 찔러줘야 티아고가 긴장하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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