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이별, 군입대 신진호의 아름다운 피날레

기사입력 2016-04-17 20:03



골은 그라운드의 축복이다.

FC서울의 릴레이 골에는 사연이 넘쳤다. 선제골을 터트린 아드리아노. 그의 골 퍼레이드는 쉼표가 없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9호골을 기록 중인 그는 K리그에서도 5호골을 기록,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두 번째 골의 주인공인 신진호. 고별 축포를 터트렸다. 18일 군에 입대한다. 쐐기골의 주인공 데얀. 그는 이날 서울 유니폼을 입고 통산 200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200경기 자축포'에 상암벌은 환희로 가득찼다.

서울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수원FC와의 홈경기에서 3대0으로 완승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승점 15점(5승1패)을 기록한 서울은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올 시즌 클래식에 승격한 수원FC의 무패행진은 막을 내렸다. 1승4무 뒤 첫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3골 가운데 최고의 사연은 역시 신진호의 득점포였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떠나야 할 그의 운명은 예고돼 있었다. 그는 1월 7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서울은 공격진에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면 그들도 좋은 시즌을 갖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도움을 주다보면 나 또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나 또한 피할 수 없다. 군에 가기 전까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별이 일찍 찾아왔다. 당초 6월 중 군입대가 유력했다. 그러나 국가의 부름은 빨랐다. 지난 주 입영통지서가 나왔고, 입대 날짜는 18일이었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이다. 신진호는 K리그 6경기와 ACL 조별리그 4경기 등 10경기 만에 서울과 작별하게 됐다.

그의 여정은 아름답고, 강렬했다. 각본없는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최 감독은 올초 괌 전지훈련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신진호에 매료됐다. 그는 다카하기, 주세종과 함께 중원의 핵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들을 빛나게 한 주인공이 신진호를 비롯한 미드필더 삼총사였다.

피날레는 더 극적이었다. 서울은 수원FC전에서 후반 6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마지막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동료들은 신진호만 바라봤다. 데얀과 주세종 등이 키커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거짓말처럼 골망에 꽂혔다.

그는 '준비된 군인'이었다. 홈팬들과 동료들을 향해 '경례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했다. 끝이 아니었다. 5분 뒤에는 데얀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골-1도움, 대승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진호가 남긴 족적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서울의 '슬로 스타트'를 완벽하게 지워냈다. 서울은 신진호와 함께하며 ACL과 K리그 10경기에서 8승1무1패를 기록,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진호는 정말 고마운 친구다. 모든 지도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성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임팩트가 클 지는 나도 몰랐다. ?은 기간이지만 좋은 추억의 시간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떠나는 신진호는 담담했다. 그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하는 상황이다. 시간에 상관없이 가야하는 날짜가 나왔다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군문제를 알고도 나를 선택했고, 서울로 올 수 있게 도와줬다. 군문제가 있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운좋게 어느 정도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골을 넣는다는 생각을 안해 세리머니는 미리 준비를 못했다. 골을 넣고 난 후 장난식으로 자연스럽게 경례를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은 동료들을 향한 마지막 바람도 있었다. "ACL과 K리그 우승을 남은 선수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멀리서 지켜보지만 우리 선수들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박수를 치고 싶다."

최 감독은 신진호가 없는 그라운드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 신진호는 적을 상주 상무로 옮긴다. 그러나 그의 이름 석자는 올 시즌 내내 서울과 함께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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