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3분. 상주 상무가 승부를 뒤집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지만 곧바로 전남의 공세가 시작됐다. 스테보가 선봉장이었다. 7라운드까지 침묵했던 스테보는 전반 34분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스테보의 만회골로 상주와 전남은 균형을 이뤘다.
후반전도 전남에 유리하게 흘렀다. 골맛을 본 스테보가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12분 상주 골키퍼를 당황케 한 기습적인 슈팅으로 유고비치의 역전골에 기여했고, 후반 30분에는 자신의 2번째 골로 상주의 골망을 힘차게 흔들었다. 전남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방으로 여겨졌다. 관중석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박기동이 또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박기동은 후반 38분 황일수의 도움을 받아 상주에게 2번째 골을 선사했다. 상무 제대 후 돌아가야 할 친정팀에 날린 회심의 일격이다.
하지만 상주는 만회골에도 기뻐할 여유가 없었다. 허겁지겁 자신의 포지션으로 돌아가 전열을 가다듬었다. 후반 45분 종료까지 7분 전, 그리고 1골차. 추가시간까지 계산한 상주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박기동의 2번째 골이 그 희망에 주춧돌을 놓았다.
상주의 역습에 전남은 당황했다. 평정심을 잃고 허둥대던 전남 수비진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패널티 지역에서 잇달아 파울을 범했다. 반면 상주에게는 천금같은 기회였다. 후반 43분 김성환이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6분. 전남의 핸드볼 파울로 또 다시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번에도 김성환이 전남 골키퍼의 기선을 제압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4대3 상주의 역전승. 3실점에도 포기하지 않은 상주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역전과 동점과 재역전은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상주는 환호했고, 전남은 망연자실했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1-3으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한 골만 만회하면 3-3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의 멘탈과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상주는 전남전 승리로 3승2무3패(승점 11점)를 기록하며 4위까지 올라섰다. 7라운드까지 원정경기 3전 전패로 울었던 '원정 무승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지난 24일 '제철가 더비'에서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제물 삼아 지긋지긋한 '무승'의 고리를 끊어냈던 전남은 그 기세를 홈경기 첫 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중위권 도약의 기회도 허무하게 놓쳤다. 1승3무4패(승점 6점). 여전히 11위다. 지난 광주전에서의 퇴장으로 이날 경기까지 벤치를 지키지 못했던 노상래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하며 "모든 건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광양=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