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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이 없습니다."
노 감독은 5일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인천전을 마친 뒤 "구단과 상의해 제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노 감독 체제 유지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던 박세연 전남 사장이 발벗고 나섰다. 8일 노 감독을 직접 만나 설득 끝에 노 감독의 마음을 기어이 돌렸다. "전쟁 중에 장수가 도망가서야 되겠냐"며 "구단도 노 감독과 함께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설득했다. 확고하고 변함없는 구단의 믿음에 퇴로가 막혔다. 마지막 선택은 다시 지휘봉을 잡는 것뿐이었다.
노 감독은 9일 열린 축구인 골프대회에 불참했다. 사퇴 결심 한참 전부터 예정돼 있던 행사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 최강희 전북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 등과 함께 노 감독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참석하지 못했다.
광양에 머문 노 감독은 마음을 추스르고 10일 팀 훈련을 실시했다. 팀 분위기 수습과 동기부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노 감독 못지않게 성적 부진의 책임감을 가졌을 선수들도 빗속 맹훈련을 자처하며 의욕을 새로 다졌다.
노 감독의 사퇴 번복이 전남 선수들에게 각성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전남은 9라운드까지 1승4무4패(승점 7) 11위로 뒤쳐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력이 점점 살아나고 있어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노 감독의 사퇴 선언이 때 이르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 8라운드 상주전에서 스테보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 덕분에 오르샤와 유고비치의 화력도 강해졌다. 전남의 미래인 이슬찬 허용준 한찬희 등 젊은 선수들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스쿼드의 짜임새나 선수 개인 기량만 보면 절대 다른 구단에 뒤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로 인해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꿀 단 한 번의 '계기'가 부족했을 뿐이다.
9일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감독이 팀의 틀을 만들면 그 안에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건 결국엔 선수들의 몫"이라며 "전남이 저력 있는 팀인 만큼 흐름만 잘 타면 분명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남에겐 당장에 치러야 할 경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11일 강원FC와 FA컵 32강전을, 15일엔 제주FC와의 K리그 10라운드 원정경기를 갖는다. 이젠 무언가 달라진 전남을 보여줘야 한다. 노상래 감독의 거취에 머물러 있던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전남 선수들에게 옮겨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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