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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 그라운드(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112년의 역사가 끝났다. 그동안 많이 웃고, 또 울었던 그라운드였다. 1904년 9월 처음으로 개장했던 웨스트햄의 홈구장 불린 그라운드가 10일 밤(한국시각)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웨스트햄은 맨유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불린 그라운드에서의 2398번째, 마지막 경기 현장을 누볐다.
경기장 앞 긴 줄이 늘어섰다. 매치 프로그램을 사려는 줄이었다. 불린 그라운드 마지막 경기인만큼 매치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었다. 한 사람이 5~6권씩 사갔다. 구단 스태프들은 매치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나르느라 바빴다. 매치 프로그램을 팔고 있던 샘은 "이런 날은 처음이다. 역시 마지막 경기는 뭔가 의미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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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이었다. 양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웨스트햄은 불린 그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질 수 없었다. 여기에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승점 59로 7위였다.
맨유 역시 승리가 절실했다. 맨유는 승점 63으로 5위였다. 4위 맨시티와의 승점차는 2점. 4위까지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설 수 있다. 승리를 통해 UCL 진출권을 확보해야 했다.
난타전 끝에 웨스트햄이 승리했다. 전반 9분 사코가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6분 맨유가 동점을 만들었다. 마타의 크로스를 마르시알이 가볍게 골로 마무리했다. 맨유는 후반 27분 역전에 성공했다. 마르시알이 드리블 돌파를 통해 수비수를 벗겨낸 뒤 골을 넣었다.
웨스트햄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31분 안토니오가 헤딩골을 넣었다. 후반 35분에는 리드가 결승 헤딩골을 기록했다. 불린 그라운드에서의 1274번째 승리를 이끈 골이었다.
웨스트햄은 사우스햄턴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맨유는 맨시티를 제치지 못하면서 UCL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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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불린 그라운드와의 이별 파티가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는 웨스트햄의 상징 해머 문양이 새겨졌다. 화려한 불꽃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불린 그라운드 112년 역사를 담은 비디오가 나왔다.
이후에는 전현직 스타선수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시즌티켓 홀더, 유소년 선수 등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어 런던의 상징 블랙캡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테디 셰링엄 등 웨스트햄을 대표하는 레전드들이 타고 있었다. 한 사람씩 소개될 때 마다 팬들은 그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파올로 디카니오는 따로 나왔다. 그는 팬들에게 "충성심과 사랑, 열정에 감사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은 역시 웨스트햄 최고의 전설 보비 무어였다. 이미 고인이 된 무어의 대형 사진이 불린 그라운드 한 켠에 걸려 있었다. 여기에 불이 꺼지면서 불린 그라운드는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불이 꺼지는 순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웨스트햄은 다음 시즌부터 홈구장을 옮긴다. 약 6㎞ 떨어진 런던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펼친다. 흥행은 보장됐다. 웨스트햄은 이날 다음시즌 티켓이 다 팔렸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