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女챔스 결승, 17만 소도시 찾은 이유는

기사입력 2016-05-27 09:43


마페이 스타디움.

[레지오 에밀리아(이탈리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기자]유럽축구연맹(UEFA)도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여자 축구는 UEFA에게도 어려운 과제였다.

2015~2016시즌 유럽여자챔피언스리그가 26일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 있는 마페이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올 시즌 결승에서는 올림피크 리옹과 VfL 볼프스부르크가 격돌했다. 양 측 모두 팀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했다. 유럽 여자축구 전통의 명가가 맞붙었다.

UEFA는 고민에 빠졌다. 흥행이 문제였다. 유럽여자챔피언스리그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2001~2002시즌에는 단판 승부로 열렸다. 2002~2003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7시즌동안은 결승도 홈앤어웨이로 펼쳐졌다.

2009~2010시즌부터 결승전 방식을 바꿨다. 단판승부였다. 그것도 남자부인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인근 경기장에서 하기로 했다. 2014~2015시즌까지 6시즌동안 흥행 성적은 괜찮았다. 6경기에서 12만2529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경기당 2만421명꼴이었다.

앞선 6번의 결승전은 대부분 여자축구의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 열렸다. 잉글랜드, 독일 등이었다. 여자축구의 강국이기도 하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2위, 잉글랜드는 4위다. 14일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아스널 레이디스와 첼시 레이디스간의 2016년 여자FA컵 결승전에서 3만2912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2012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여자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5만212명이 모였다. 이 지역의 여자축구 인기가 어느정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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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남자 결승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여자 결승을 치러야 했다. 이탈리아는 독일이나 잉글랜드에 비해 여자 축구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FIFA여자랭킹은 14위다. 2015년 여자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1999년 미국대회 이후 4차례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자 클럽 축구 리그도 운영은 되고 있었지만 그리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UEFA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중소도시를 선택했다. 밀라노에서도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레지오 에밀리아였다. 인구수 17만명의 작은 도시였다. 이전까지는 런던, 뮌헨, 리스본, 베를린 등 대도시에서 경기를 연 것과 확실히 달랐다. 레지오 에밀리아에는 여자축구팀도 없었다. 어차피 리옹이나 볼프스부르크에서 찾아오는 팬들도 많지 않을 것이었다. 대도시도 아니었다. 때문에 레지오 에밀리아 시민들의 호기심에 기대고자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경기 시작 몇시간전부터 경기장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티켓 가격도 싼 편이었다. 본부석과 맞은편은 성인 10유로, 학생 8유로였다. 골대 뒤 좌석은 성인 7유로 학생 5유로였다.


레지오 에밀리아 당국도 준비를 많이 했다. 경기 시작 전 200여명의 인원이 나와 단체 댄스로 흥을 돋웠다. 공군 부대에 연락해 비행기쇼도 펼쳤다. 하프타임에는 중세 시대 군인들이 나와 공연도 펼쳤다. UEFA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2만 3000석 규모 경기장의 80% 가량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경기는 혈전이었다. 양 팀은 2013년 런던 스탬퍼드브릿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맞붙은바 있었다. 당시에는 볼프스부르크가 1대0으로 승리했다. 설욕을 다짐하고 나선 올림피크 리옹은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전반 12분만에 아다 헤거벡의 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볼프스부르크 골잡이 알렉산드라 포프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결국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올림피크 리옹은 사라 부하디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피크 리옹의 일본인 미드필더 구마가이 사키는 경기 MVP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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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MVP로 뽑힌 구마가이 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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