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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단복을 맞춰 입은 태극전사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파이팅!" 선전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포효하듯 우렁차다. 가슴에 새겨진 호랑이 마크도 어느 때보다 늠름하고 위풍당당해 보인다.
출국장에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스페인 체코의 단순 스파링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라며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졌다. 또 "우리가 제대로 된 상대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각오를 보탰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체코는 29위다. 반면 한국은 54위다. 객관적 수치상 한국이 열세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축구철학과 정신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페인과 체코가 우리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경기 시작 전부터 위축돼선 안 된다"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FIFA 순위만 놓고 보면 두 차례의 경기에서 누가 더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 쉽게 예상하겠지만, 적어도 경기장에서는 실력 차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하며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고 수비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전은 슈틸리케 감독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선수 시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과 사령탑으로 재회하기 때문. 두 감독은 1977년부터 1984년까지 8년간 함께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특별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유럽 원정을 떠나는 선수들은 기대와 자신감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유럽파 선수들에게 유럽 현지에서 치러지는 A매치는 자신의 실력과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무대다.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을 만난 석현준은 "선수들이 모두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유럽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뛰지 않는 선수들에게도 이번 친선경기는 유럽과 세계 무대에 자신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강팀 스페인 체코와의 경기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소속팀에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찾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이날 대표팀 출국길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이용수 기술위원장 등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공항에 나와 먼 길을 떠나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인천공항=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