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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5로 지고 있던 후반 38분이었다. 주세종의 슈팅이 스페인의 골망을 갈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시뻘개진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앉아있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기술, 전술, 정신력 모두 열세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휴가도 반납하고 훈련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다. 책임은 내게 있다"고 했다. 이어 "스페인과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 다른 세계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후 다시 경기가 있다. 정신적으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잘 추스리고 두번째 경기에서 잘해야 한다. 중점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시각 믹스트존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나왔다. 다들 표정이 굳어있었다. 웃고 즐기던 스페인 취재진마저도 굳어진 선수들의 표정에 말을 잠시 멈췄다. 6실점한 김진현은 더욱 표정이 안 좋았다. 완전히 굳어버린 얼굴로 빠르게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기성용은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의미를)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기 반성이 이어졌다. "항상 큰 팀과 경기할 때 실수를 더 많이 한다"고 한 뒤 "실수가 계속 나오면 발전할 수 없다. 세계 무대에서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짚었다.
수비진에서 고군분투한 윤석영도 "실점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수비와 허리가 조직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이날 유일한 골을 넣은 주세종은 "스페인은 좋은 팀이다. 선수 입장에서 많이 배웠다. 또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과제도 얻었다"고 말했다.
숙소로 향하는 대표팀의 버스 안은 조용했다. 경기장에서서 숙소까지는 60㎞정도다. 40분 거리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숙소 도착 후 식사를 하면서도 분위기는 침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 최선을 다해 뛰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고개 숙이지 말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했다. 그래도 숙연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잘츠부르크의 침울한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