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프라하(체코)=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반전이었다. 1일 스페인과의 대결에서 1대6으로 대패했다. 그리고 5일 체코전에서는 2대1로 쾌승했다. 96시간만의 반전이었다. 180도 달라진 그 96시간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대가 컸다. 그만큼 실망도 컸다. 1대6의 대패.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과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내 책임"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큰 팀과의 경기에서 늘 실수를 많이 한다. 실수가 패인"이라며 "이런 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절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했다.
|
슈틸리케 감독은 탑승구에서 원정 응원을 온 팬들과 만났다. 그는 "큰 돈을 들여 오셨는데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팬분들도 각자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의견이라도 좋지만 선수들의 마음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소통은 이어졌다.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취재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반동안 이어졌다. 대패한 다음날 감독이 취재진과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발빠르게 행동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0분 가까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스페인과의 차이부터 한국 축구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었다. '볼점유율 극대화를 통한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는 자신의 철학까지 밝혔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축구 철학도 접고 현실과 타협하겠다고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도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비평도 좋다. 다만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그리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써줬으면 좋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소통은 한가지 더 있었다. 이날 훈련 전 인터뷰 대상 선수로 손흥민을 내세운 것이다. 손흥민은 전날 스페인전에서 후반 16분 교체아웃됐다. 벤치로 들어간 손흥민은 화가 난 나머지 수건을 땅바닥으로 집어던졌다. 논란이 됐다. 결자해지였다. 손흥민이 직접 나와 해명했다. "우리 팀은 이것보다 더 좋은 팀이었는데, 결과가 안 좋아 화가 났다"며 "제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다.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당사자의 직접 사과에 논란은 금방 끝났다.
|
3일 대표팀은 프라하 외곽 로시체호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 훈련 시작 전 인터뷰 대상 선수가 흥미로웠다. 이재성과 정우영. 출전이 필요한 선수들이었다. 이재성은 스페인전에서 29분만 뛰었다. 정우영은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 둘을 인터뷰 대상 선수로 선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본인에게는 동기 유발을, 다른 선수들에게는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경쟁은 계속된다. 스페인전 대패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날 훈련에는 웃음도 가득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직전 열렸던 '오픈트레이닝데이' 해외판을 다시 열었다. 50여명의 팬들이 프라하 외곽임에도 불과하고 찾아왔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씨도 훈련장을 찾아 응원했다. 팬들은 훈련 내내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더니 나중에는 함께 어울렸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팬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줬다. 팬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페인전 대패의 여파는 더 멀어져갔다.
신중
체코전을 하루 앞둔 4일. 슈틸리케호는 진중한 모습이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전 대패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코는 최고의 팀으로 준비해서 나올 것이다 우슌 이에 맞서 강한 면모를 보이겠다"고 했다. 결과에 대해서는 속단하지 않았다. 그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치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함께 나선 석현준도 "스페인전 이후로 팀분위기가 다운됐다"면서 "선수들 모두 스페인전보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훈련도 신중했다. 15분만 공개했다. 그 15분 내에도 선수들이 모두 말을 아꼈다. 훈련에만 집중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취재진은 아무도 그 선수의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만큼 선수들은 집중했다 .
|
실망-소통-동기유발 그리고 웃음-신중의 끝은 안도였다. 한국은 5일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선수 전원이 뛰고 또 뛰었다.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다르더라도, 선수들이 그만큼 모든 것을 던졌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선수들은 기뻐했다. 동시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스페인전에 이어 체코전까지 패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방쇼를 펼친 정성룡은 이기고서야 '급체' 사실을 알렸다. 결승골의 주인공인 석현준은 "내 골로 이긴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가 돼 뛰었기에 이겼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승리는 선수들이 열심히 뛴 결과다. 스페인전 패배 후 정신적인 극복이 중요했다. 다행히 100% 정신적 재무장을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승리였다. 오늘 안 좋았다면 3개월 뒤 최종예선에서 어려웠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