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의 화려한 복귀-석현준의 재발견 '체코전의 희망'

기사입력 2016-06-06 20:34


그림같은 포물선과 강력한 대포알 슈팅. 그 두방에 '세계적인 골키퍼' 페트르 체흐(아스널)도 체면을 구겼다. 윤빛가람(옌벤)과 석현준(포르투)이 쏘아올린 희망포였다.

5일(이하 한국시각) 체코 프라하 에덴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전은 윤빛가람 석현준, 두 남자가 공동으로 쓴 반전의 드라마였다. 스페인전 아픔을 희망으로 바꾼 윤빛가람과 석현준의 활약은 체코전 최고의 수확이었다.


ⓒAFPBBNews = News1
잊혀지는 듯 했던 천재 윤빛가람이 부활했다.

윤빛가람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부상으로 모처럼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제주를 떠나 중국 무대에 새롭게 둥지를 튼 윤빛가람은 단숨에 옌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구자철을 대신할 공격형 미드필더를 찾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 옌벤 경기도 두 차례 봤다. 윤빛가람의 실력과 축구 센스라면 구자철의 부상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윤빛가람의 각오는 남달랐다. "선택만 받는다면 열심히 뛰어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 뛰고 싶다."

1일 스페인전에서 벤치에 머문 윤빛가람은 체코전에서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윤빛가람이 A매치에 나선 것은 2012년 9월11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3년9개월만. 그 사이 윤빛가람은 한국축구의 희망에서 잊혀진 선수로 추락했다. 이 모든 울분을 단번에 털어냈다.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윤빛가람은 전반 25분 프리킥 한방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석현준이 체코 진영 아크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전에서 다비드 실바(맨시티)가 넣은 골 못지 않은 환상적인 골이었다. 그는 주세종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냈다.

분위기를 탄 윤빛가람은 이후 경기를 지배했다. 장기인 패스까지 살아났다. 전반 40분 멋진 도움을 기록했다. 이 후에도 정교한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슈팅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1골-1도움을 올린 윤빛가람은 후반 17분 이재성과 교체돼 나왔다. 후반전 급격한 체력저하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윤빛가람은 "프리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부족하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데는 부족함 없는 활약이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석현준은 현재 뛰고 있는 유럽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정협(울산)이 빠진 원톱 경쟁은 석현준과 황의조(성남)의 양자 대결 구도였다. 당초 황의조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1월 이적시장에서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로 이적한 석현준은 주전경쟁에서 밀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석현준이 최근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포르투라는 강팀에서 뛰고 있다. 어떤 몸상태로 합류할 진 지켜봐야겠지만 발탁을 결심했다"며 다소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전 원톱은 황의조의 몫이었다. 석현준의 자리는 또 다시 벤치였다. 하지만 황의조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사이 석현준은 후반 교체투입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체코전에 선발로 나선 석현준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었고, 상대 수비와의 1대1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과감한 몸싸움은 유럽 선수를 보는 듯 했다. 부지런히 공격을 이끈 석현준은 기어코 결승골을 만들었다. 전반 40분 윤빛가람의 패스를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체흐가 각을 좁히고 나왔지만 석현준의 대포알 슈팅에 오히려 몸을 웅크릴 지경이었다. 석현준은 후반 43분 황의조와 교체돼 나올때까지 원톱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스페인전에서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유럽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석현준의 힘이 느껴진 2연전이었다. 직접 유럽 정상급 수비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한 석현준은 스페인, 체코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덤벼드는 기백이 돋보였다. 석현준은 "골이 들어가는 순간 너무 좋았다. 승리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활짝 웃은 뒤, "확정된 주전은 없다. 언제라든 치고 올라올 수 있기에 매경기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석현준에게는 여전히 간절함이 있다. 대표팀 원톱 고민이 조금씩 풀리는 듯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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