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조기소집 딜레마 어찌하오리까

기사입력 2016-06-10 08:57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 대표 4개국 축구 친선대회' 덴마크와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전반 39분 문창진이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문창진.
부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06



"솔로몬의 지혜? 양보가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올림픽대표팀을 둘러싼 고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복잡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혀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묘안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포함돼 있다.

'신태용호'가 산 넘어 산이다. 손흥민(토트넘)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 해외파 와일드 카드(24세 이상 선수) 조기 차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대표팀 조기 소집도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 6일 4개국 친선대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연맹과 협회가 상생의 길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호소하다시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 감독은 7월 4일 대표팀을 소집하고 싶어 한다. "1∼2일 일찍 소집하는 게 별 차이가 있겠느냐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라도 더 빨리 소집해서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다.

4개국 친선대회 과정에서 노출된 수비력의 단점에 대해 신 감독이 "수비는 결국 조직력이다. 눈빛만 봐도 통할 수 있는 조직력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해결하면 된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은 것도 조기 소집을 염두에 뒀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7월 4일 소집은 현재 신 감독의 바람일 뿐이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회 기술위원장 등이 소집 시기를 두고 몇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도 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주고 받았지만 딱히 진척된 상황은 없다고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K리그 일정과 FA컵이다. 7월 4일 소집할 경우 K리그 팀들은 소속 팀 선수를 5경기 동안 가동할 수 없다. 8월 리우올림픽 기간까지 포함하면 5경기가 더 늘어 총 10경기가 된다. 여기에 7월 13일 FA컵 8강전이 예정돼 있다.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시기여서 K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는 선수단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선수 단 1명이라도 아쉬울 때다.


신 감독이 원하는 7월 4일은 올림픽 본선의 경우 개막 1개월 전부터 선수 소집이 가능하도록 한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 규정에 맞는 날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올림픽 개막 15일 전까지는 소속팀이 원할 경우 K리그 경기에 보내줘야 하는 단서가 있다. FA컵 8강전과 7월 20일 K리그 주중 경기까지 끼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속 팀으로 선수를 보낼 경우 대표팀 소집 효과는 사실상 없어지고 만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당시 사례를 따를 수 있지만 이 역시 별 도움이 안된다. 2012년 '홍명보호'는 소집 시기를 두고 고민한 끝에 본선 1차전이 열리기 24일 전(7월 2일)으로 소집 시기를 늦추는 대신 소집 기간 동안 소속팀에 보내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4년 전처럼 피지와의 첫 경기(8월 5일)가 열리기 24일 전으로 늦춰 7월 12일 소집한다고 해도 FA컵을 피할 수 없고 K리그도 1경기 소화하는 데 그치는 등 K리그 구단에도 별 실익이 없다.

협회는 FA컵 8강전 일정을 대폭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현재 협회는 8강전 예비일을 8월 3일로 잡아놨다. 이날로 연기해도 올림픽대표팀 선수를 활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굳이 변경한다면 올림픽 이후나 7월 4일 이전으로 당겨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FA컵이 협회 주최 대회이긴 하지만 협회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는 것은 몹시 조심스럽다. 이미 발표한 일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있고 8강에 오른 팀들도 1년 일정에 따라 선수단을 운영하는 데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올림픽대표팀 소집 문제는 대표팀과 K리그가 서로 양보하지 않는 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 구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연맹도 해당 구단들을 올림픽 협조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딜레마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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