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6]잉글랜드-웨일스, '총성 없는 전쟁' 시작됐다

기사입력 2016-06-13 17:17


ⓒAFPBBNews = News1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웨일스와 잉글랜드는 역사적으로 앙숙이다. 13세기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1세가 웨일스 공국을 침략했다. 웨일스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채 패배했다. 이후 웨일스 지역은 잉글랜드에 완전히 복속됐다. 이때부터 영국의 왕세자가 '프린스 오브 웨일스'라는 칭호로 웨일스공 작위에 올랐다. 하지만 웨일스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 '켈트족의 후예' 웨일스는 아직까지 켈트어를 어원으로 한 웨일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전장이 바뀌었다. 철천지원수가 16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랑스의 스타드 펠릭스볼라르에서 열릴 유로2016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격돌한다. 경기를 사흘 앞둔 시점. 장외에서는 벌써부터 불꽃이 튀고 있다.

포문은 웨일스의 에이스 가레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이 열었다. 베일은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13일 영국 공영방송 BBC 등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웨일스가 잉글랜드보다 더 높은 열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우리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잉글랜드와의 대결은 더비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웨일스가 더 작은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선수층도 더 두텁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평탄한 답변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베일은 "우리는 결코 적에게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글랜드를 두고 '적(Enemy)'이라고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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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거침없는 발언이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68)을 자극했다. 곧바로 응수했다. 호지슨 감독은 "축구 선수, 감독이라면 무례한 언사를 받는 게 익숙하다. 일상적인 일"이라고 입을 연 뒤 "잉글랜드 역시 자존심과 자부심이 높은 팀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받아 쳤다. 이어 "만약 잉글랜드대표팀의 열정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러시아전 영상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들은 러시아전을 통해 잉글랜드 선수들의 애국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장외설전. 일단 베일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호지슨 감독의 발언이 자충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가 언급했던 러시아전은 잉글랜드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잉글랜드는 12일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1-0으로 앞서다가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당시 호지슨 감독 조차 "패배와 같은 무승부"라고 표현했을 만큼 침통한 결과였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킥오프 전부터 뜨겁게 달궈진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대결에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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