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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끝이 없다.
체코전에서의 스페인 벤치는 마냥 느긋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주축이 된 2선 자원들이 상대 뒷공간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경기 내내 줄기차게 시도했고 공격수들은 마무리에만 전념했다. 간간이 측면 플레이가 시도됐지만 줄기는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스페인의 패스 축구였다. 0의 행진이 85분 넘게 이어졌다. '골가뭄'은 관중석 뿐만 아니라 벤치에서도 한숨을 부른다. 그러나 스페인 벤치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한 수 아래로 지목됐던 상대에게 골을 뽑아내지 못하면 조급할 법도 한데, 비기든 이기든 상관없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느긋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대한 확신이자 자신감, 의지였다. 그래서 1대0이라는 스페인의 승리보다 그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결과가 그랬다. 스페인은 유로2008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를 잇달아 제패한 팀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항전에서도 자국팀들이 우승을 도맡고 있다. 클럽, 국가대항전에서 얻은 자신감이 결국 선수들에게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식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된 셈이다. 동기부여를 하지 않아도 '승리 DNA'를 갖추고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승부에 나설 지도자의 뿌듯함을 상상하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변화를 주지 않아도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유지하게 해주는 인내심과 믿음도 빛났다.
스포츠조선 해설위원·전 포항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