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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가 집 나가서 뺨맞고 오더니 집에서 분풀이에 성공했다.
지난 14라운드 전남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하며 기세가 꺾이는 듯 했던 울산은 최근 6경기 4승1무1패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두 팀 감독의 공통 키워드는 정신무장이었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전남전 패배를 떠올리며 "체력안배를 위해 선발 멤버를 대폭 바꿨는데 결과는 실패다. 오랜 만에 출전한 선수들이 잘 해야겠다는 조급함을 이기지 못했다"며 "오늘은 조급증을 버리는 게 열쇠"라고 말했다.
윤 감독이 조급증 경계령을 내린 이유는 전남전 패배의 교훈이 이날 수원FC 전서도 재현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수원FC는 블라단, 레이어, 임하람 등 핵심 수비수의 결장으로 수비라인이 크게 무너졌다. 여기에 공격진 단골 선발 멤버 가빌란, 오군지미, 김병오가 모두 벤치 대기했다. 상대의 공격진 변화가 의외라던 윤 감독은 "이런 경기서는 선제골 기선제압이 중요한 데 너무 그걸 의식하다보면 또 조급해질 수 있다"며 "벤치에서 누누이 경각심을 주지만 경기에 심취하다 보면 깜박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울산은 조급해하지 않고 손쉽게 기선을 잡았다. 전반 3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던 코바가 문전 패스를 한 것이 수원FC 골키퍼 이인수의 손에 걸려 굴절되자 쇄도하던 김태환이 강력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FC의 수비라인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골이었다. 이후 상대 수비 볼처리 미숙을 틈타 코바가 유효슈팅을 날리며 상대를 위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조급증을 버리는 것과 과도한 신중함은 다르다. 울산은 너무 신중해졌다. 상대 전력을 볼 때 내침 김에 더 몰아쳐야 했지만 또 내려서며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전반 15분까지 볼점유율 52%로 앞서던 울산은 이후 30% 대 70%로 주도권을 내줬다. 울산은 후반 들어 이창용 김인성을 교체 투입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골대를 맞히는 불운과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힘든 리드를 유지했다. 그래서 전반의 신중함이 더 아쉬웠다.
수원FC '졌지만 벼랑끝 투지는…'
4연패까지는 하지 말자고 당부했던 수원FC 조 감독은 이날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경기 상대가 상주, 제주, 전북이어서 연패가 길어질 우려가 컸다. 무엇보다 첫 스테이지 울산전이 가장 아쉽게 남아 꼭 설욕하고 싶었다. 당시 울산과의 첫 대결에서 1-0으로 앞서다가 오군지미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날린 이후 결국 1대1 동점을 허용한 바 있다. 수원FC는 우려했던 변수에 먼저 발목을 잡혔다. 수비라인이 정비될 틈도 없이 너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기죽지 않았다. 뒷선의 불안감을 앞선 적극성으로 만회하려고 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울산보다 훨씬 많이 뛰었다. 상대 문전까지 볼을 배급할 여유가 없어 중거리슛에 의존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리드를 빼앗기고도 전반 주도권을 잡은 수원FC는 후반에 가빌란, 오군지미 등 공격 보강에 집중했다. 울산의 역습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아도 '모 아니면 도'처럼 울산을 괴롭혔다. 상대 역습에 수비 숫자가 부족해 기진맥진해도 거꾸로 공격 가담이 부족한 데다, 마무리가 미흡했던 울산이 고마울 정도였다. 최하위 수원FC의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