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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899명,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4만7899명은 올 시즌 최다 관중이다.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9위의 기록이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팬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원 서포터스석 일부를 제외하고 1, 2층 표는 일찌감치 동났다. 그동안 통천으로 가려둔 3층 E석 상단 좌석도 개방했다. 이것도 부족했다. N석 상단 좌석 일부의 통천도 걷어냈다. 관중석은 서울의 상징인 검붉은색으로 파도를 쳤다.
올 시즌 등장해 상암벌 하프타임의 백미로 자리잡은 '걱정말아요 그대' 떼창 때는 감격의 물결이 더 크게 휘몰아쳤다. 1층부터 3층까지 휴대폰 플래시가 넘실거리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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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랬다. 출발은 서울이 좋았다. 데얀이 전반 1분 아드리아노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수비수에 막혔다. 전반 4분에도 데얀이 비슷한 찬스를 맞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수원도 넋놓고 있지 않았다. 전반 15분 산토스가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선방했다. 전반 17분 데얀에게 또 다시 기회가 주어졌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은 0-0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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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시작과 함께 수원이 먼저 번쩍였다. 후반 4분 산토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유상훈에게 저지당했다. 교체카드는 수원이 먼저 꺼내들었다. 후반 20분 구자룡 대신 곽희주를 투입했다. 서울도 3분 뒤 데얀과 윤일록을 벤치에 앉히고 '슈퍼매치의 사나이' 윤주태와 김치우를 출격시켰다. 윤주태는 지난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4골을 작렬시키며 새 역사를 쓴 인물이다.
골문이 과연 언제 열릴까, 팬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후반 25분 승리의 여신이 서울에게 먼저 미소를 보냈다. 이정수가 아드리아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푸싱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 과정에서 서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29분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감독을 잃은 수원은 주저앉지 않았다. 후반 30분, 권창훈 카드를 꺼내들었다. 6분 뒤 동점골이 터졌다. 염기훈의 프리킥 크로스를 곽희주가 헤딩으로 화답,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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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올 시즌 첫 슈퍼매치는 1대1이었다. 두 번째 슈퍼매치도 1대1이었다. 서울도, 수원도 또 다시 웃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감동은 선수들의 투혼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자 22명의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젖먹던 힘까지' 그라운드에 쏟아낸 결과였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선수들이 서울전을 맞이해서 착실히 잘 준비했다. 원정이지만 잘 했다. 예전에 우리가 넣고 마지막에 허용했는데, 이번에는 먹고 넣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이번 계기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 서 감독의 희망이었다.
"슈퍼매치는 척박한 K리그 토양에서 많은 분들이 만들어 낸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슈퍼매치를 계승, 진화시켜서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많은 관중들의 관심 속에서 골이 더 많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K리그 흥행 가능성을 봤다." 최 감독의 감사 인사였다.
슈퍼매치는 죽지 않았다. K리그도 '우울 모드'에서 벗어나 다시 전진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