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의 감동, '우울한' K리그에 희망의 씨앗이 될까

기사입력 2016-06-19 21:48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슈퍼매치'가 열렸다.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18

4만7899명,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A매치가 아니다. 18일 FC서울과 수원 삼성, K리그의 간판 두 팀의 슈퍼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몰린 관중이다. 최근 K리그는 미소보다 아픔과 탄식소리가 더 컸다.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의혹, 배임 혐의로 기소된 2명의 전직 심판위원장…. 팬들의 실망감도 컸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애정까지 거두지는 않았다.

이날 밤은 잠시 나마 K리그의 시름을 덜게 한 환희의 무대였다. 슈퍼매치는 슈퍼매치였다. K리그의 자랑이자 축제였다. 팬들이 빚은 '명품매치'의 감동은 새로운 희망이었다.

4만7899명은 올 시즌 최다 관중이다.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9위의 기록이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팬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원 서포터스석 일부를 제외하고 1, 2층 표는 일찌감치 동났다. 그동안 통천으로 가려둔 3층 E석 상단 좌석도 개방했다. 이것도 부족했다. N석 상단 좌석 일부의 통천도 걷어냈다. 관중석은 서울의 상징인 검붉은색으로 파도를 쳤다.

올 시즌 등장해 상암벌 하프타임의 백미로 자리잡은 '걱정말아요 그대' 떼창 때는 감격의 물결이 더 크게 휘몰아쳤다. 1층부터 3층까지 휴대폰 플래시가 넘실거리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그라운드의 전쟁도 흥미가 배가됐다. 당초 '뻔한' 슈퍼매치라는 우려가 있었다. 서울과 수원의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경기 전까지 서울은 2위(승점 29·9승2무3패)를 달리고 있었지만, 수원은 9위(승점 14·2승8무4패)로 쳐져 있었다. 노는 물이 달랐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물론 서정원 수원 감독도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출발은 서울이 좋았다. 데얀이 전반 1분 아드리아노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수비수에 막혔다. 전반 4분에도 데얀이 비슷한 찬스를 맞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수원도 넋놓고 있지 않았다. 전반 15분 산토스가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선방했다. 전반 17분 데얀에게 또 다시 기회가 주어졌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은 0-0으로 막을 내렸다.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슈퍼매치'가 열렸다. 후반 29분 서울 아드리아노가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아드리아노.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18

후반 시작과 함께 수원이 먼저 번쩍였다. 후반 4분 산토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유상훈에게 저지당했다. 교체카드는 수원이 먼저 꺼내들었다. 후반 20분 구자룡 대신 곽희주를 투입했다. 서울도 3분 뒤 데얀과 윤일록을 벤치에 앉히고 '슈퍼매치의 사나이' 윤주태와 김치우를 출격시켰다. 윤주태는 지난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4골을 작렬시키며 새 역사를 쓴 인물이다.

골문이 과연 언제 열릴까, 팬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후반 25분 승리의 여신이 서울에게 먼저 미소를 보냈다. 이정수가 아드리아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푸싱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 과정에서 서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29분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감독을 잃은 수원은 주저앉지 않았다. 후반 30분, 권창훈 카드를 꺼내들었다. 6분 뒤 동점골이 터졌다. 염기훈의 프리킥 크로스를 곽희주가 헤딩으로 화답,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슈퍼매치'가 열렸다. 수원 곽희주가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곽희주.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18
최 감독도 후반 42분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1m96의 고공폭격기 심우연을 수혈했다. 효과가 있었다. 1분 뒤 심우연 헤딩 패스를 아드리아노가 오버헤드 킥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수원 수문장 양형모의 선방에 막혔다. 인저리타임 5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윤주태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양형모가 다시 한번 몸을 날려 육탄저지했다. 심우연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며 땅을 쳤다.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양 팀은 공방은 그렇게 성과없이 끝났다.

지난 4월 30일 올 시즌 첫 슈퍼매치는 1대1이었다. 두 번째 슈퍼매치도 1대1이었다. 서울도, 수원도 또 다시 웃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감동은 선수들의 투혼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자 22명의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젖먹던 힘까지' 그라운드에 쏟아낸 결과였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선수들이 서울전을 맞이해서 착실히 잘 준비했다. 원정이지만 잘 했다. 예전에 우리가 넣고 마지막에 허용했는데, 이번에는 먹고 넣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이번 계기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 서 감독의 희망이었다.

"슈퍼매치는 척박한 K리그 토양에서 많은 분들이 만들어 낸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슈퍼매치를 계승, 진화시켜서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많은 관중들의 관심 속에서 골이 더 많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K리그 흥행 가능성을 봤다." 최 감독의 감사 인사였다.

슈퍼매치는 죽지 않았다. K리그도 '우울 모드'에서 벗어나 다시 전진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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