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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울보'다.
호날두가 빠진 포르투갈. 반전의 서막이었다. '스타'를 잃고 잠들 뻔했던 포르투갈은 '팀'으로 깨어났다. 못뛴다는 사실을 알고도 두번씩이나 그라운드로 돌아오려 발버둥 쳤던 호날두의 정신이 동료들의 혼을 깨웠다. 페페는 "호날두를 위해 뛰자"고 소리를 질렀다. 하나된 포르투갈은 바위처럼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호날두의 부상 전까지 포르투갈을 압도하던 프랑스는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실질적인 프랑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파예는 죄책감에 시달린 듯 움직임이 무뎌졌고, 파예의 패스를 받지 못한 앙투안 그리즈만은 득점 선두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분전에 호날두도 뛰기 시작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벤치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포르투갈 감독은 페르난두 산투스였지만 결승전의 감독은 호날두였다. 산투스 감독은 "캡틴 호날두는 벤치에서, 그라운드에서와 똑같이 뛰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불편한 걸음으로 신호를 보내고, 지시를 내렸다. 호날두가 소리지르는 사이 동료들은 프랑스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포르투갈은 하나가 됐다.
경기는 그대로 1대0, 포르투갈의 승리로 끝났다. 말그대로 기적같은 승리였다. 포르투갈은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3번이나 뜨거운 눈물을 흘린 호날두는 마지막 순간 활짝 웃었다. 동료들이 닦아준 눈물이 훈장처럼 반짝 빛났다. 호날두는 "오늘의 나는 불운했다. 하지만 항상 난 목표를 향해 함께해 왔던 동료들을 믿었다. 그들은 프랑스를 충분히 물리칠 만큼 강했다"며 "포르투갈 국민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은 나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라며 웃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의 모든 경기는 이날 결승전과 같았다. 쓰러질 듯 휘청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이번 대회 공식기록은 '1승6무'. 단 한번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객관적 열세를 '팀 스피릿'으로 맞서며 전진했던 포르투갈만의 우승 공식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