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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의 K리그 첫 승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영화같은 황 감독 첫 승의 주연은 박주영과 유상훈이었다. 서울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진성욱의 크로스를 케빈이 오른발로 화답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은 12분 뒤 악재를 만났다. 부상 변수가 생겼다. 김원식이 발목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황 감독은 다카하기를 수혈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 교체가 전화위복이 됐다. 전반 26분 동점골이 터졌다. 인천이 자책골을 헌납했다. 다카하기가 코너킥으로 올린 볼이 인천 김태수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1-1, 승부는 원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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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수원FC전(3대0 승)에서 5호골을 터트린 그는 한 달여 만에 6호골 맛을 봤다. 박주영은 골을 터트린 후 오스마르와 심우연을 위해 유니폼 속에 볼을 집어 넣으며 '출산 세리머니'를 펼쳤다. 동료 선수들도 주변에 모여 요람 세리머니를 펼치며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심우연은 전날 오후 1시 2.82kg의 딸, 오스마르는 오후 8시 2.75kg의 아들을 품에 안았다.
역전골이 터졌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 1만4246명이 입장, 올 시즌 홈 최다 관중을 기록한 인천의 반격은 더욱 거세졌다. 후반 33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의 김치우가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동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에는 'PK의 신' 유상훈이 버티고 있었다. 유상훈은 전남전 승부차기에서도 훨훨 날았다. 그는 2분 뒤 케빈의 페널티킥을 몸을 던져 막아내며 출렁거렸던 경기장 분위기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유상훈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며 황 감독의 첫 승에 힘을 실었다.
결국 승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황 감독의 90분은 롤러코스터였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끝에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황 감독은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 초반을 잘 넘겨야 했는데 선제 실점을 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박주영의 결정력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엄지를 세웠다. 유상훈에 대해서도 "페널티킥의 경우 먹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결과론적이지만 개인적으로 유상훈이 막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유상훈이 섰을 때 키커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 팀으로는 큰 선방"이라며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좋은 경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승리가 중요한 포인트다. 한 경기 승리였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김도훈 인천 감독은 "오늘 경기는 유상훈과 박주영에게 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막 산을 넘었지만 또 하나의 고비가 황 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20일 안방에서 전북과 정면 충돌한다. 황 감독은 "이틀 밖에 시간이 없다. 전북을 파악하고 있고, 무패 기록을 깨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굉장히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회복해서 홈 팬들에게 멋진 승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즌 중 사령탑이 교체된 채 잠시 혼란스러웠던 서울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우여곡절의 연속이지만 황 감독도 승리를 통해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인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