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윤일록, 진가는 슈퍼매치서 빛났다

기사입력 2016-08-13 21:01



윤일록의 2016년 출발은 늦었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핵심 공격수'라는 타이틀과도 멀어졌다. 윤일록이 자리를 비운 사이 FC서울은 아드리아노와 데얀, 박주영까지 일명 '아데박 트리오'를 결성하며 K리그 최강 화력을 구축한 팀으로 거듭났다. 시즌 시작 후 3개월 만인 지난 5월 말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윤일록의 진가는 결정적 순간 빛을 발했다. 79번째 슈퍼매치에서 결승포로 승리를 이끌었다. 윤일록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전반 27분 감각적인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골로 서울은 수원을 잡고 4연승 및 슈퍼매치 6경기 연속 무패(3승3무)의 신바람을 냈다.

뛰어난 발재간과 냉정함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아크 왼쪽에 서 있던 윤일록은 데얀이 중앙에서 짧게 연결해 준 패스를 받은 상황에서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오른쪽 골문 상단 구석을 응시했고 간결한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은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손을 크게 비껴가면서 그대로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7월 24일 제주전 이후 4경기 만에 터진 윤일록의 시즌 2호골이다.

내용 면에서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왼쪽 측면에 포진한 윤일록은 전방의 박주영 데얀 뿐만 아니라 조찬호와 연계 플레이를 앞세워 수원 수비라인을 헤집었다. 전반 44분엔 골라인 쪽으로 흐르던 박주영의 크로스를 기어이 달려가 골과 다름없는 데얀의 헤딩슛으로 연결되는 크로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윤일록의 맹활약으로 황선홍 서울 감독의 새 밑그림 그리기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포항 시절부터 측면과 중앙의 속도감 있는 연계 플레이와 이를 통한 시너지가 황선홍표 공격축구의 핵심이었다. 수원전에서 드러난 윤일록이 데얀-박주영-조찬호와 빼어난 호흡을 자랑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준데다 컨디션까지 완벽한 지점에 올라섰음을 증명하면서 K리그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전 구상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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