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4년 뒤를 더 기대하게 하는, 김태훈의 '값진 동메달'

기사입력 2016-08-18 22:00


태권도 한국 대표 김태훈이 17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 동메달전에서 멕시코의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즈와 대결하고 있다. 김태훈은 경기에 승리해 동메달을 획득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F

김태훈(22·동아대)을 가까이서 보면 두번 놀란다. 첫째는 모델 같은 몸 때문이다. 그의 신체조건은 1m83-58㎏. 성인남자 치고는 너무 말랐다. 그의 키는 고교 시절부터 쑥쑥 자랐다. 그는 "고교 시절 매년 7㎝씩 자랐다"고 했다. 그의 큰 키는 축복이다. 54㎏에서 체급을 올렸지만 그는 여전히 높이에서의 우위를 누린다. 게다가 다리까지 길다. 두번째는 공격적 스타일이다. 김태훈은 시종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깡마른 체격이지만 워낙 체력이 좋아 시작부터 쉴새없이 공격을 퍼붓는다. 전자호구의 도입과 공격적인 스타일을 표방하는 최근 태권도의 흐름과 딱 맞는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공격적인 스타일까지, 김태훈은 현대 태권도에서 필요한 요건을 두루 갖췄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김태훈은 탁월한 재능으로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이미 경쟁자는 없었다. 각종 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우승을 밥먹듯 했다. 2013년 첫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로도 그는 우승행진을 이어갔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했다. 하지만 그의 하이킥은 멈추지 않았다. 최종 목적지는 리우올림픽이었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체력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김태훈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동메달전에서 멕시코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즈에 승리 동메달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M
하지만 김태훈은 마지막 방점 하나를 찍지 못했다. 김태훈은 17일(한국시각)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내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16강전에서 태국의 타윈 한쁘랍(태국)에게 10대12로 패했다. 말 그대로 충격의 패배였다. 김태훈은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결국 눈물이 터졌다. "패배가 실감이 안난다. 다시 뛰어야 할 것 같다." 이어 "올림픽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컸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자책했다.

패자부활전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한쁘랍이 결승에 진출하며 극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두번 실수는 없었다. 김태훈은 패자부활전에서 사프완 칼릴(호주)을 제압한데 이어, 동메달결정전에서 나바로 발데스(멕시코)마저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태훈은 "16강에서 패한 뒤 실망 많이 했다. 주위에서 지금 슬퍼하지 말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보답하고 싶었다. 정신차리고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만 동메달도 기분 좋다"고 했다.

비록 그랜드슬램에는 실패했지만 김태훈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국제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올림픽이 다가 오니까 긴장이 많아 됐다. 시야도 넓게 보지 못했다. 큰 대회를 경험한만큼 앞으로 더 긴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비로소 웃음을 지은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4년 뒤로 다시 목표를 잡겠다. 힘든 것을 이겨내면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도쿄올림픽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처럼 쉽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김태훈의 굳은 다짐이었다.

스물두살 청년 김태훈에게 동메달은 실패가 아닌 출발 신호다. 실수를 딛고 다시 일어서 거머쥔 동메달이 그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4년 후 더 크게 웃을 김태훈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태권도 한국 대표 김태훈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 동메달전에서 멕시코의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즈와의 경기에 승리해 동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보이고 있다. 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H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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