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수원FC'다워진 수원FC, 결과는 '탈꼴찌'

기사입력 2016-08-28 21:09



지난 시즌까지 수원FC는 대단히 매력적인 팀이었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없었지만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비단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앞세운 공격 축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원FC라는 '팀'이 주는 매력이 있었다. 선수들 전체가 조덕제 감독이 강조하는 공격축구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다. 누가 나와도 자신의 몫을 했고, 누가 나와도 팀의 색깔을 지켰다. 그 결과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기적과 같은 승격드라마였다.

K리그 클래식에 입성한 수원FC는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나섰다. 비록 대표급 스타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수준급 선수들을 더했다. 기대가 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기는 좋아졌지만 '팀' 수원FC가 주는 매력이 사라졌다. 언제나 공격적으로 나서는, 누구나 투지를 불사르는 '수원FC스러운' 부분이 보이질 않았다. 수비축구도, 공격축구도 아닌 어중간해진 수원FC, 결과는 최하위였다.

그런 수원FC가 비로소 수원FC다워졌다. 많이 먹지만, 많이 넣고, 많이 뛰고 있다. 공격력이 불을 뿜으며 경기도 재밌어졌다. 무엇보다 '팀'으로 빛나고 있다. 사실 수원FC는 시즌 중반까지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새롭게 가세한 '영입파'와 이전까지 수원FC를 지킨 '기존파' 사이에 알력이 있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골이 제법 깊었다. 조덕제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전반기엔 작년에 뛰었던 기존 선수와 새로 영입한 선수들 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팀 분위기가 약간 와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여름이적시장 동안 이창근 김철호 권용현 서동현 등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힘쓰는 동안, 조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원팀'이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읽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작년에 뛰었던 선수들과 전반기에 합류한 선수들,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 모두가 팀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시작은 권용현이었다. 제주에서 임대로 복귀한 그는 특유의 기동력으로 원래 수원FC만의 색깔을 다시 가져왔다. 권용현이 측면에서 흔들어주자 수원FC가 자랑하던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병오 이승현 등 원 주전 선수들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며 팀에 긴장감을 더했다. 권용현이 맹활약을 펼치는 사이 김부관 김한원 등 베테랑들도 '다시 챌린지로 강등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 속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 비주전 상관없이 제 몫을 해주던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 감독은 "김부관은 김병오, 이승현 등 새로운 선수에 밀려 그동안 주로 교체 선수로 나왔다. 김부관이 기회를 잡으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경험이 풍부한 김철호 서동현 등은 위닝 멘탈리티를 팀에 더하고 있다. 특히 김철호는 후배들에게 밥을 사고, 경험을 전하는 등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도 변화된 팀 분위기 속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인천전에서 2골을 넣은 브루스는 "난 팀의 한 조각일 뿐이다.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잘할 수 있다. 경기장 위에서의 활약으로 보답하는 게 나의 일이다"고 했다.

그 결과는 탈꼴찌였다. 수원FC는 27일 열린 인천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6월 15일 이후 약 2개월 10일 만에 꼴찌에서 벗어났다. 수원FC는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 '팀'으로 다시 뭉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조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힘든 날이 많았다. 앞으로 이 상승세를 이어가 어떻게든 클래식 무대에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수원FC라면 가능해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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