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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가 라이벌' 전남과 포항의 K리그 경기가 열린 2009년 10월 11일. 당시 홈팀 전남은 외국인 선수 슈바의 득점을 앞세워 1대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전남의 웃음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전남은 포항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14번 맞붙어 6무8패에 그쳤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항(승점 35점·9승8무10패)과 전남(승점 32점·8승8무11패)은 나란히 8위와 9위를 달리는 중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전남이 이기면 두 팀은 나란히 승점 35점을 기록하게 되지만 득점에서 앞선 전남(+31)이 포항(+29)을 밀어내고 8위로 도약하는 상황이었다.
승점 3점을 두고 펼쳐진 72번째 제철가 더비. 전남은 3-4-3 전술을 활용했다. 자일 마우링요 안용우가 공격에 앞장섰다. 현연민 유고비치 김영욱 최효진이 중원을 구성했다. 고태원 양준아 토미가 수비를 책임졌다. 골문은 이호승이 지켰다.
초반 분위기는 전남이 잡았다. 전남은 '브라질 듀오' 자일과 마우링요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둘은 특유의 스피드로 포항 진영을 향해 매섭게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포항 골키퍼 김진영의 연이은 선방에 막혀 골맛을 보지 못했다. 포항은 무랄랴와 박준희가 슛을 시도했지만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결국 두 팀은 0-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남이 기회를 잡았다. 최효진이 상대 파울로 프리킥을 얻어낸 것. 그러나 키커로 나선 마우링요의 슛은 상대 수비벽을 맞고 튕겨 나왔다.
위기를 넘긴 포항은 곧바로 기회를 잡았다. 포항은 후반 11분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진영으로 들어간 문창진이 뒤따라 들어오는 심동운을 향해 공을 길게 빼줬고 심동운은 정확한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완성했다.
마음이 급해진 전남은 교체카드를 활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전남은 마우링요와 현영민을 빼고 허용준과 홍진기를 투입했다. 전남의 교체 타이밍은 절묘했다. 전남은 후반 32분 토미의 크로스를 허용준이 헤더로 연결했다. 이는 골포스트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라인을 넘으며 동점골로 연결됐다.
기세를 올린 전남은 포항의 골문은 연달아 두드리며 역전을 노렸다. 간절하게 퍼부은 포화 속에 결국 문은 열렸다. 전남은 경기 종료 직전 한찬희의 패스를 받은 자일이 천금 같은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2-1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홈에서 7년만에 포항을 격파한 전남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광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