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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축포를 일찍 터트린 탓일까. 중국의 뒷심은 무서웠다.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을 괴롭혔다. 다행히 이변은 없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 대한민국이 중국을 꺾고 산뜻하게 첫 발걸음을 내걸었다. 슈틸리케호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중국을 3대2로 꺾었다. '만리장성'의 눈물은 더 진해졌다. 31번째 만남이었다. 1승을 추가한 대한민국은 중국전 18승12무1패로 절대 우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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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4-2-3-1 시스템으로 첫 발을 뗐다. 공격에는 유럽파가 총출동했다. 원톱에 지동원(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이 포진한 가운데 2선에는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 구자철(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잉글랜드 크리스탈팰리스)이 위치했다.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잉글랜드 스완지시티)과 한국영(카타르 알 가라파)이 호흡했고, 포백에는 오재석(일본 감바 오사카) 홍정호(중국 장쑤 쑤닝) 김기희(중국 상하이 선화) 장현수(중국 광저우 부리)가 포진했다. 골문은 정성룡(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이 지켰다.
예상대로 중국은 정면충돌을 피했다. 3-5-2 시스템으로 나선 중국은 수세시에는 5백을 형성했다. 11명이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역습시에도 투톱의 우레이와 순커를 제외하고 무게 중심을 수비에 뒀다.
밀집 수비에 질실될 정도로 공간이 협소했다. 중앙의 구자철과 기성용 한국영이 삼각형으로 포진, 공수 연결 고리를 했지만 적진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좌우의 손흥민과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세트피스가 통했다. 그물망 수비에는 세트피스가 특효약이다. 행운의 선제골이 전반 20분 터졌다. 손흥민이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왼쪽에서 올려준 프리킥을 지동원이 문전 정면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볼은 문전 정면에 서 있던 정즈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전반 종료까지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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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중국이 빗장을 풀었다. 조금씩 문을 열며 공격을 시도했다. 태극전사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중원을 장악하며 공격의 속도를 올렸다. 중국의 골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청용의 두 번째 골이 후반 17분 터졌다. 지동원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3분 뒤 또 다시 골망이 출렁였다. 중국 진영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손흥민이 낮게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 서 있던 지동원이 오른발로 방향을 살짝 바꿔 놓았고, 문전 오른쪽으로 흐른 볼을 구자철이 밀어 넣으며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3-0, 사실상 승부는 끝난듯 보였다. 그러나 중국 축구는 성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를 앞세운 대대적인 투자 효과가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포기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2골을 터트리며 거세게 추격했다. 후반 29분 위하이가 만회골을 터트린 데 이어 후반 31분 하오준민이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슈틸리케호의 수비라인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빠른 스피드를 장착한 중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위기관리능력에 허점을 노출하자 관중석에서도 탄식이 쏟아졌다.
전열을 재정비한 것은 후반 40분이 지나서였다. 태극전사들이 중심을 잡으면서 파도처럼 거세졌던 중국의 반격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렇게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3골을 터트린 후 2골을 내준 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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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의 반응도 엇갈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낙승이 진땀승으로 변하자 다소 혼란스러웠다. 자칫 동점골을 내줬다면 '국제 망신'을 당할 뻔 했다. 가오홍보 중국 감독은 완패 모드에서 탈출하며 새로운 희망을 쏘았다. 한국은 2차전에서 시리아, 중국은 이란과 만난다.
슈틸리케 감독은 "쉬운 경기라 될 거라 생각은 안했다"며 "전후반 양상이 다르게 진행됐다. 전반은 분석하기 수월했지만 후반은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후반 페이스를 찾으면서 직선 움직임과 침투패스가 살아났다. 그래서 2골을 득점했다. 그러나 이후 흐트러졌는지 실수에 의한 실점이 나왔다. 프리킥 골도 흔히 있을 수 있지만 쉽게 풀어나갈 경기를 어렵게 이끌어 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중국 축구에 대해서도 "중국이 투자하고 있는 많은 돈이 계획되고 발전된 방향으로 씌여진다면 향후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오홍보 중국 감독은 "한국의 경험이 중국을 앞섰다"면서도 "한국이 4차례 기회에서 3골을 넣었는데 운이라할지 경험이라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찬스에 비해 2골을 넣은 것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그리고 "3골 차로 끌려가다 2골을 따라잡은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우리는 10여년 만에 최종예선에 올랐다. 선수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