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손흥민 '실력'으로 2만8000명 '야유' 잠재우다

기사입력 2016-09-11 09:09


ⓒAFPBBNews = News1

[스토크온트렌트(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토트넘)이 볼을 잡았다. 사방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볼을 동료에게 내줬다. 야유가 멈췄다. 다시 볼을 받자 또 다시 야유 세례를 받았다. 야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단 37분 동안이었다. 나중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내는 상대팬들도 있었다. 2골-1도움. 손흥민은 실력으로 2만8000여 스토크시티팬들의 야유를 잠재웠다. 그 스토리를 발품팔아 찾아갔다. 10일 영국 스토크온트렌트 베트365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 토트넘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다.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카메론에게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주심은 파울을 불지 않았다. ⓒAFPBBNews = News1
야유의 시작

전반 19분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지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바로 앞에는 제프 카메론이 있었다. 손흥민은 헛다리를 한 번 짚은 뒤 엔드라인 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 때였다. 카메론은 손흥민을 발로 걸었다. 손흥민은 넘어졌다. 주심은 반칙이 아니라고 했다. 손흥민은 웃으며 항의했다. 그 때부터 스토크크시티 팬들은 손흥민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스토크시티는 절실했다. 올 시즌 시작 후 EPL에서 단 한번의 승리도 없었다. 3경기에서 1무2패를 기록했다. 2골을 넣었지만 6골이나 내줬다. 꼴찌로 내려앉았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스토크시티는 맹렬했다.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관중들도 달아올랐다. 그만큼 승리를 원했다. 하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전반 10분이 지나가면서 스토크시티의 약빨(?)도 떨어졌다. 토트넘이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스토크시티 팬들로서는 초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넘어졌다. 발에 걸렸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스토크시티 팬들로서는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유도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스토크시티의 '주적'이 돼버렸다.

이어진 상황이 야유를 키웠다. 전반 33분 스토크시티의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중원 혼전 상황에서 넘어졌다. 스토크시티 팬들은 모두 "파울"을 외쳤다. 주심은 아르나우토비치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판단했다. 옐로카드를 꺼냈다. 마크 휴즈 스토크시티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바로 직전 스토크시티의 조나단 월터스가 델레 알리와의 몸싸움 끝에 넘어졌다. 그것부터 아르나우토비치 케이스까지 모두 반칙인데 안 불었다고 주장했다. 흥분의 정도가 지나쳤다. 주심은 휴즈 감독에게 퇴장을 명했다. 휴즈 감독은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홈팬들에게 응원을 해달라고 몸짓으로 말했다. 감독 퇴장에 스토크시티 팬들은 흥분했다. 그 화살이 고스란히 손흥민에게 향했다.


ⓒAFPBBNews = News1
실력으로 야유를 잠재운 손흥민


전반 41분 손흥민의 첫 골이 나왔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논스톱 왼발슛으로 마무리했다. 스토크시티 팬들은 야유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손흥민은 눈에 가시였다.

후반 11분 손흥민은 스토크시티 팬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았다.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마무리했다. 원정 온 1500여 토트넘팬들은 환호했다. 나머지 대다수 스토크시티팬들은 할말없이 그냥 경기장만 쳐다볼 뿐이었다.

이후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나오던 야유는 자취를 감췄다. 손흥민을 향하던 욕설도 없어졌다. 박수를 치는 스토크시티 팬들도 있었다. 3분 뒤 델레 알리의 추가골이 나왔다. 후반 25분 해리 케인의 마무리골까지 나왔다. 손흥민이 도움을 기록했다. 스토크시티 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미 스토크시티팬들은 반 이상이 경기장을 떠난 뒤였다. 무기력한 홈팀을 향한 야유소리 조차 없었다.


손흥민이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토크온트렌트(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경기장을 나왔다. 믹스트존으로 향했다. 스토크시티는 믹스트존이 외부에 있다. 팬들은 철창 너머로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이름을 연호하곤 한다. 하지만 이날 모인 팬들은 스토크시티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다들 침울해했다. 대신 해리 케인, 델레 알리 등 토트넘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손흥민의 이름도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손흥민이 팬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스토크시티 팬들은 다들 "손~"을 외쳤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손흥민이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했다&21745;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2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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