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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전북과 서울은 K리그의 자존심이자 힘이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운명의 장난이 얄궂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전북과 서울이 4강에서 격돌한다. 정면 충돌이다. 두 팀 가운데 한 팀만 결승에 오른다. 다른 한 팀은 무조건 탈락이다. ACL 4강전은 홈앤드어웨이 방식이다. 1차전은 28일 전주, 2차전은 10월 19일 서울에서 펼쳐진다.
전북을 상대해야 하는 서울, 서울과 맞닥뜨려야 하는 전북, 두 팀은 과연 어떤 표정일까. 추석 연휴의 끝자락인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암=김성원, 전주=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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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올 시즌 전북과의 3차례 만남에서 전패했다. 최용수 전 감독이 1패, 황선홍 감독이 2패를 당했다. 황 감독은 현실을 먼저 인정했다. "전북은 다 좋은 팀이다. '절대 1강'이라는 점과 우리가 전체적인 부분에서 열세라는 평가는 분명 수긍이 간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ACL과 K리그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 그는 "180분에 승부가 가려진다. 서로가 부담이다. 축구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ACL 4강전이 처음이다. 서울은 2013년 준우승, 2014년 4강에 올랐다. 그러나 ACL 정상은 단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린 산둥과의 8강 1차전에서 3대1로 승리한 서울은 원정에서 가진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합계 4대2로 4강에 올랐다.
전북과의 1차전 원정, 2차전 홈 대진은 서울이 유리하다. 황 감독도 "1차전 상황을 보고, 2차전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다"고 했다. 실험은 시작됐다. 황 감독은 최 감독 시절 3-5-2 시스템 대신 4-4-2 포메이션을 안착시켰다. 하지만 이날 제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에선 3-5-2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북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측면 자원이 지쳤다. 어차피 병행을 해야 한다"고 말한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북을 넘어 ACL 정상 정복이다. 황 감독은 "전북전이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북전은 우리가 가야할 과정 중의 하나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가 강조했다. 서울은 제주전에 이어 21일 수원FC전을 치른 후 28일 전북과 1차전을 갖는다. 24일 전북은 32라운드를 갖지만 서울은 원정에 대비, K리그를 조기에 치렀다. 황 감독은 "전북은 ACL에 대비 로테이션을 할 것이다. 상대를 떠나 우리 것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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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올라올 거라 예상했지."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최 감독은 "서울이 1차전을 승리하면서 승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산둥보다 전력이 월등히 앞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서울과의 클래식 27라운드에서 총력을 펼쳐 승리한 것도 서울과 4강에서 맞붙을 수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북은 2011년 이후 5년 만에 ACL 4강 무대를 밟는다. 그런데 최 감독은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놓였다. 전북은 최근 2년간 서울에 강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 감독은 "상대전적은 의미가 없다. 축구는 당일 컨디션과 누적된 피로, 분위기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방심할 수 있는 부분은 내가 막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변수는 '적장'인 황 감독이다. 최 감독은 황 감독이 2011~2015년 동안 이끌던 포항에 상대전적에서 밀린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주위에서 내가 황 감독에게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2013년을 복기했다. 그 해 FA컵 결승에선 포항에 승부차기로 지기도 했다. 2014년에는 ACL 16강에서 패했다. 당시에는 전북은 완성이 안된 팀이었다. 특히 단기전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과거는 의미가 없다. 이젠 상황이 반대가 됐다. 우리는 반면교사 삼아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분위기는 최고다. 선제골을 잃어도 역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반면 시즌 중간에 팀을 맡은 황 감독은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또 포백 전환 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심리전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