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수구장을 뒤흔든 파란 머리와 꽁지머리

기사입력 2016-09-18 23:41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과 포항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가 열린 18일 울산문수구장.

경기를 앞둔 윤정환 울산 감독이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파란색으로 염색한 것이 영 어색한 눈치였다.

이날 윤 감독은 파란 머리로 염색하고 나왔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윤 감독은 개막전 열린 출정식에서 '홈 관중 2~3만 명이 넘으면 파란 머리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은 5개월이 지난 8월 27일 광주전 홈경기에 2만239명이 입장하며 조건을 맞췄다. 팬들의 사랑에 윤 감독은 망설임 없이 공약 이행에 나섰다. 그는 "파란색으로 염색이 잘 되지 않는다. 탈색을 3번이나 했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파란 머리로 변신한 윤 감독은 '설욕'도 다짐했다. 울산은 6월29일 치른 포항과의 17라운드에서 0대4로 완패했다. 윤 감독은 치욕적이었다.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잊지 못할 경기"라며 이를 악물었다.

울산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멘디를 시작으로 김승준 한상운 마스다가 연속으로 공격을 시도하며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한때 공격 점유율을 61%까지 가지고 갔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울산의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다.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졌다. 윤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0분 김승준 대신 코바를 투입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울산은 후반 33분 코바의 패스를 받은 멘디가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울산(승점45점·12승9무10패)은 올 시즌 처음으로 포항전 승리를 챙겼다.

경기 뒤 윤 감독은 "많은 득점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투지 있게 해줬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이 살아난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박수쳐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설욕에 성공한 윤 감독은 21일 성남과 경기를 치른다. 윤 감독은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이겼으니까 '파란 머리'를 조금 더 유지할까 생각한다. 선수들이 많이 웃어서 창피하기는 한데,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무려 25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던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46)의 은퇴식이 펼쳐졌다.

1992년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김병지는 은퇴식을 끝으로 길었던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병지는 친정팀 울산에서 현역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알렸다.

은퇴식에 나선 김병지는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꽁지머리'는 더 이상 없었지만 씩씩한 표정만큼은 그대로였다. 김병지는 "감사하다"는 말로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을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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