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만 빼고 다 보여준 손흥민,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

기사입력 2016-09-19 20:23


ⓒAFPBBNews = News1

골도, 도움도 없었다.

하지만 평가는 찬사일색이다. 영국 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8.33점을 매겼다. 스카이스포츠, 데일리미러, BBC 등의 평가도 같았다. '맨오브더매치'는 그의 몫이었다. 방송 해설가로 변신한 '아스널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는 이런 극찬을 남겼다. "골과 도움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그를 상대한 제이슨 데나이어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이 또 한번 펄펄 날았다. 손흥민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기록이 입증한다. 손흥민은 이날 7번의 슈팅, 5번의 키패스, 13번의 드리블, 15번의 크로스를 기록했다. 모두 팀내 최다였다. 말 그대로 골만 빼고 다 보여줬다.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운 토트넘은 후반 14분 해리 케인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2연승에 성공한 토트넘은 개막 후 5경기 무패(3승2무)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손흥민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10일 스토크시티와의 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골-1도움을 올렸다. 그의 시즌 첫 출전이었다. 이어 15일 열린 AS모나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후 손흥민을 교체아웃 시킨데 대해 현지 기자들도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손흥민의 시즌 세번째 출전이었던 선덜랜드전에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오늘 활약은 환상적인 모습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적설로 흔들렸던 팀내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모습. 손흥민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일단 첫번째 변화는 포지션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주로 오른쪽 날개로 기용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기술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왼쪽, 침투력과 결정력이 좋은 델레 알리를 중앙에 포진시키며 2선을 완성했다. 손흥민이 나설 수 있는 곳은 오른쪽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윙어라기 보다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가짜 7번'에 가까운 선수다. 손흥민이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오른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좋은 위치에서 볼을 받지 못하다보니 제대로 된 슈팅각을 만들지 못했다. 연계보다 마무리에 익숙한 손흥민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손흥민은 이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왼쪽으로 고정되는 모습이다. 스토크시티전부터 변화가 감지 됐다.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로 나섰지만 주 위치는 왼쪽이었다. 손흥민은 에릭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있는 돌파로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더니 2골이나 넣었다. 특히 왼쪽으로 침투해 오른발로 감아차 기록한 두번째 골은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골 장면이었다. 왼쪽 터치라인을 무너뜨리며 도움도 하나 기록했다. AS모나코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왼쪽에 포진해 멋진 활약을 펼쳤다. 선덜랜드전은 '왼쪽 활약'의 정점이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부터 선덜랜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격의 시작은 손흥민이 포진한 왼쪽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에 선 손흥민은 공간을 적절하게 선점하며 좋은 위치에서 볼을 받았다.

여기에 변화의 두번째 비결인 '템포'가 숨어있다. 시야가 확보된 손흥민은 드리블을 할지, 패스를 할지, 슈팅을 할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많은 선택지 속 한템포 빠르게 판단을 내리다 보니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자신있는 돌파로 토트넘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왼쪽을 거점으로 중앙을 자유롭게 오간 손흥민은 토트넘이 가진 대부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이템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손흥민은 본인 스스로 경기 속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징계에서 돌아온 중앙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의 존재도 한 몫을 했다. 뎀벨레는 이날 주로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잡으며 빠르게 볼을 돌렸다.


자신감이 넘친 손흥민은 예리한 발끝을 자랑했다. 에릭센과 에릭 라멜라가 선발에서 제외되며 세트피스를 전담했다. 직접 프리킥을 제외한 모든 세트피스를 담당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특유의 슈팅도 여전했다. 손흥민은 전반 38분 왼쪽에서 두명을 제친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선덜랜드전의 맹활약은 A대표팀에서 보여주던,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던 손흥민 그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과 템포라는 맞춤옷을 입은 손흥민의 EPL 정복기가 이제 막 서막을 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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