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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도, 도움도 없었다.
최근 손흥민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10일 스토크시티와의 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골-1도움을 올렸다. 그의 시즌 첫 출전이었다. 이어 15일 열린 AS모나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후 손흥민을 교체아웃 시킨데 대해 현지 기자들도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손흥민의 시즌 세번째 출전이었던 선덜랜드전에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오늘 활약은 환상적인 모습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적설로 흔들렸던 팀내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모습. 손흥민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손흥민은 이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왼쪽으로 고정되는 모습이다. 스토크시티전부터 변화가 감지 됐다.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로 나섰지만 주 위치는 왼쪽이었다. 손흥민은 에릭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있는 돌파로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더니 2골이나 넣었다. 특히 왼쪽으로 침투해 오른발로 감아차 기록한 두번째 골은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골 장면이었다. 왼쪽 터치라인을 무너뜨리며 도움도 하나 기록했다. AS모나코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왼쪽에 포진해 멋진 활약을 펼쳤다. 선덜랜드전은 '왼쪽 활약'의 정점이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부터 선덜랜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격의 시작은 손흥민이 포진한 왼쪽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에 선 손흥민은 공간을 적절하게 선점하며 좋은 위치에서 볼을 받았다.
여기에 변화의 두번째 비결인 '템포'가 숨어있다. 시야가 확보된 손흥민은 드리블을 할지, 패스를 할지, 슈팅을 할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많은 선택지 속 한템포 빠르게 판단을 내리다 보니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자신있는 돌파로 토트넘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왼쪽을 거점으로 중앙을 자유롭게 오간 손흥민은 토트넘이 가진 대부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이템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손흥민은 본인 스스로 경기 속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징계에서 돌아온 중앙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의 존재도 한 몫을 했다. 뎀벨레는 이날 주로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잡으며 빠르게 볼을 돌렸다.
자신감이 넘친 손흥민은 예리한 발끝을 자랑했다. 에릭센과 에릭 라멜라가 선발에서 제외되며 세트피스를 전담했다. 직접 프리킥을 제외한 모든 세트피스를 담당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특유의 슈팅도 여전했다. 손흥민은 전반 38분 왼쪽에서 두명을 제친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선덜랜드전의 맹활약은 A대표팀에서 보여주던,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던 손흥민 그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과 템포라는 맞춤옷을 입은 손흥민의 EPL 정복기가 이제 막 서막을 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