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서울과 슈퍼매치… 뜨거웠던 FA컵 4강 '썰전'

기사입력 2016-09-22 21:52


2016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4강전에서 만나게 된 서울 황선홍 감독과 고요한, 부천 송선호 감독과 바그닝요가 우승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4강에 오른 FC 서울(황선홍 감독, 고요한), 부천 FC(송선호 감독, 바그닝요), 울산 현대(윤정환 감독, 이용), 수원 삼성(서정원 감독, 염기훈)의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참석했다.
신문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22/

83개팀이 무대에 올랐다. 단 4개팀만 살아 남았다.

'절대 1강' 전북 현대가 8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클래식에선 FC서울,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이 생존했다. 나머지 한 팀은 2부 리그인 챌린지의 부천FC다. 부천은 2013년 챌린지 출범 후 처음으로 FA컵 4강에 진출하는 팀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의 4강 운명이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FA컵 4강 대진 추첨을 실시했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이 클래식팀을 피했다. 부천FC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울산은 수원과 만난다. FA컵 4강전은 서울과 울산의 안방에서 다음달 26일 각각 열린다. 단판승부다. 서울과 수원이 4강을 통과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FA컵 결승 슈퍼매치'가 성사된다. 대진 추첨 직후에는 각 팀 사령탑과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4강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FA컵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올 시즌 우승 상금을 50% 인상,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상금보다 더 큰 매력은 우승팀에만 돌아가는 한 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이다.


2016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4강전에서 만나게 된 수원 서정원 감독과 염기훈, 울산 윤정환 감독과 이용이 우승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4강에 오른 FC 서울(황선홍 감독, 고요한), 부천 FC(송선호 감독, 바그닝요), 울산 현대(윤정환 감독, 이용), 수원 삼성(서정원 감독, 염기훈)의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참석했다.
신문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22/
'운' 좋은 서울, 그리고 슈퍼매치

전북과의 ACL 4강전을 기다리고 있는 서울은 대진 운만 놓고보면 으뜸이다. 황선홍 서울 감독(48)도 부천과 4강전에서 만나기를 바랐고, 현실이 됐다. 서울은 지난해 17년 만에 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무작정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부천은 챌린지 강호다. 정규리그에서 2위에 포진해 있다. FA컵에선 대이변의 주인공이다. 32강에선 포항 스틸러스를 2대0으로 제압한 데 이어 8강에선 올시즌 클래식 팀들이 단 한번도 꺾지 못한 전북을 3대2로 물리쳤다.

4강에서 서울과 상대하는 부천은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황 감독은 "클래식 어느 팀도 못 꺾은 전북을 이긴 팀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리그와 FA컵 단판승부는 차이가 있다. 특화된 전략을 짜야한다"며 "우승컵은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내야 안을 수 있다. 부천은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는 경기다. 한 치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송선호 부천 감독(50)은 "전북을 이긴 것은 선수들이 열심해 준 결과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서울은 강팀이다. 모든 면에서 서울이 낫지만 우리 선수들은 절실함이 있다. 이것 하나 믿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부딪혀 보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수원과 울산도 결승 진출이 절실했다. 더 절박한 쪽은 역시 수원이다. 수원은 산술적으로는 스플릿 그룹A행이 가능하지만 확률은 1%도 안된다. FA컵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FA컵 결승 슈퍼매치'을 꿈꾸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46)은 "서울과 결승에서 붙으면 더 큰 이슈가 될 것 같아 부천과 4강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올해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마지막 FA컵에서는 좋은 결실로 끝맺고 싶은 것이 나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최근 부상자들이 복귀하고 있고, 팀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FA컵에선 수원다운 경기력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윤정환 울산 감독(43)은 4강에서 서울과 맞닥뜨리기를 바랐다. 우승을 위해서는 어차피 넘어야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심정이었다. "서울을 만나고 싶었지만 기대는 안했다. 수원은 만나 것은 필연인 것 같다." 수원전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울산은 올 시즌 수원과의 3차례 대결에서 2승1무를 기록했다. 윤 감독은 "올해 수원과 나쁘지 않았고,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어느 팀과 맞붙어도 자신있다. 울산이 FA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는데 올해가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우린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관왕 그리고 신경전

미디어데이에는 염기훈(33·수원) 고요한(28·서울) 이 용(30·울산) 바그닝요(26·부천)가 동석했다. 감독이 바늘이면, 선수는 실이었다. 황 감독이 "서울은 늘 챔피언을 행해 달려가야 하는 팀이다. 어느 한 대회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욕심같으면 3개 대회(정규리그, FA컵, ACL) 우승을 모두 하고 싶다"고 하자 고요한도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다. 기회가 되면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서울과 맞서는 바그닝요도 "서울은 어려운 팀이지만 잘 준비해서 열심히 싸우겠다.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항상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염기훈과 이 용은 열띤 신경전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염기훈은 황 감독을 먼저 저격했다. 그는 "결승에서 서울과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년 수원에 왔을 때 황선홍 감독님이 부산에 계셨다. 그 때 FA컵 결승에서 만났는데 내가 골을 넣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서울에 계신데 결승전에서 황 감독님에게 비수를 꽂고 싶다"며 장난기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제 막 제대한 이 용을 향해서는 "이 용이 군 제대를 했는데 기분좋은 것은 2주면 끝이다. 한 달이 지나면 지친다. FA컵을 할 때는 지칠 때다. 이 용을 뚫겠다"고 말한 뒤 또 웃었다.

이 용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기훈이 형이 지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때는 '짬밥'이 빠져서 더 좋을 것 같다. 기훈이 형 상태가 안 좋은데 그때까지 쭉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상인 염기훈은 현재 재활 중이다. 염기훈은 "부상이지만 FA컵 4강전에 맞춰서 몸을 만들고 있다"며 다시 맞받아쳤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위 승부다. 서울, 수원, 울산, 부천 가운데 단 두 팀만이 영광의 피날레 무대에 오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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