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합창, 슈틸리케는 웃는다

기사입력 2016-09-22 21:52


◇석현준 김신욱 이정협 황의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9월 A매치 2연전에서 슈틸리케호의 최대 화두는 '공격수'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을 소집명단에서 빼면서 논란이 일었다. 소속팀 적응을 위한 배려였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약화된 공격력에 대한 우려까지 걷히지는 않았다. 중국전에서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의 맹활약에 힘입어 3대2로 이기며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시리아전에서 졸전 끝에 0대0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오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슈틸리케호 10월 6일과 11일 각각 카타르(홈), 이란(원정)과 2016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 4차전을 치른다. 이번에도 '공격수' 자리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복병 카타르와 '아시아 1위' 이란과의 맞대결은 러시아행의 흐름을 가를 수 있는 고비다. 승부를 결정짓는 해결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승부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번뜩이는 재능을 보여주는 킬러가 선뜻 눈에 띄지 않았다. 시리아전 무득점 부진을 어떻게든 털어야 하는 슈틸리케호의 딜레마. 부담감이 덩달아 상승했다.

암담하던 순간 한줄기 빛을 봤다. 10월 A매치 소집명단 발표를 채 1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킬러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21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에서 전현직 대표팀 공격수인 황의조(24·성남) 이정협(25·울산 현대) 김신욱(28·전북 현대)이 나란히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이튿날 새벽엔 컵대회에 출전한 석현준이 터키 무대 마수걸이골을 신고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역시 석현준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트라브존스포르 임대 등 바쁜 나날을 보냈던 석현준은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 활약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슈틸리케호에선 이미 검증을 마친 공격수다. 러시아월드컵 3차예선 중반에 합류해 꾸준히 골맛을 보면서 주전 입지를 굳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10월 소집 명단을 짜면서 첫 손에 꼽을 선수다.

황의조를 향한 관심도 여전하다. 시리아전을 앞두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손흥민(24·토트넘)의 대체자로 갑작스럽게 부름을 받았던 황의조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K리그 부진 속에 제 실력을 보여줄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소속팀 성남에서 섀도스트라이커로 변신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21일 울산전에선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골대를 세 번이나 맞추는 등 펄펄 날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진 옵션은 이 뿐이 아니다. 장신(1m96) 공격수 김신욱의 대표팀 복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 초 군사훈련 및 이적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김신욱이 살아나고 있다. 시리아전 당시 상대 밀집수비 속에 패스와 침투에 의한 득점에 실패하면서 김신욱을 최종예선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주전 멀티골로 K리그 통산 100골 고지에 오르며 '대표팀 복귀'의 명분도 생겼다.

'잊혀진 황태자' 이정협도 변수다. 슈틸리케호 1기 최고의 공격수로 각광받았던 이정협은 올 시즌 울산 임대 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며 대표팀과 멀어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잘 아는 공격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부침을 겪었던 슈틸리케 감독 입장에선 '가장 잘 쓸 수 있는', 그래서 적재적소에 활용도가 높은 이정협 카드를 만지작 거릴 만하다. 두 달 간의 침묵을 깨고 골맛을 본 것도 감각적 차원에서 플러스 요인이다.


카드는 많을수록 좋다. 10월 A매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슈틸리케 감독. 공격수 후보를 떠올리면 찡그렸을 얼굴에 미소가 번질 만한 상황이 찾아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