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전북과 서울, 후회없는 명승부 기대한다

기사입력 2016-09-25 18:10



한-중-일 클럽 축구의 극한 대립이었다. '다크호스' 호주도 틈새를 공략했다.

그라운드의 혈투는 2월 시작됐다.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이다. 각본없는 드라마는 희비와 함께 춤을 췄다. 최대의 이변은 2013년과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한 광저우 헝다(중국)의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명예회복을 노린 일본과 호주의 도전도 16강에서 멈췄다. 8강에선 한국과 중국의 2개 클럽이 각각 살아남았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지구촌 축구를 서서히 점령해 나가고 있는 중국의 올 시즌 여정도 8강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ACL도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K리그, '왕의 귀환'이다. K리그는 ACL 최다 우승국이다. ACL 전신인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무려 10차례나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최근 정상에서 한 발 비켜 서 있었다. 마지막 우승은 2012년 울산 현대였다. 2013년 FC서울이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서울의 4강, 지난해에는 전북 현대의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 물줄기를 다시 돌려세웠다. K리그 1, 2위에 포진한 전북과 서울이 4강에 진출했다. 동아시아의 ACL 4강전은 K리그의 '안방 잔치'가 됐다. 동, 서아시아가 분리돼 4강전까지 치르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동일 국가의 클럽이 4강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CL의 권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껑충 뛰어올랐다. 우승 상금이 150만달러(약 16억5000만원)에서 300만달러(약 33억원)로 두 배 치솟았다. 준우승 상금도 75만달러(약 8억3000만원)에서 150만달러로 상승했다. K리그 우승 상금이 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가 안된다.

아시아 축구는 동, 서아시아가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ACL 헤게모니는 동아시아가 쥐고 있다. 최근 10년간 중동 팀이 ACL을 제패한 것은 2011년 카타르 알 사드, 단 한 차례 뿐이었다. 동아시아 팀들이 ACL 우승컵을 독식했다. 전북과 서울의 4강전이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전이 시작된다. 전북과 서울의 ACL 4강 1차전이 2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북도, 서울도 올 시즌의 닻이 오르기 전 꿈을 아시아 제패로 잡았다. 하지만 둘이 될 수 없는 '악연'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 팀이 웃으면, 한 팀이 울어야 한다. 정상 등극도 단 한 팀에만 허락돼 있다. 피날레 무대까지는 이제 한 고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전북과 서울은 다소 당혹스럽다. 상대 팀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이미 3차례나 격돌했다. 전북이 전승을 챙겼지만 리그와 토너먼트는 또 다르다. 단판 승부가 아닌 점도 변수다. 4강 2차전은 무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10월 19일 벌어진다. 90분이 아닌 180분 경기인 만큼 호흡 조절도 관건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북의 우세가 점쳐진다. 전북의 무패 신화는 24일에도 계속됐다. 성남을 1대0으로 꺾고 K리그 32경기 연속 무패 질주(18승14무)를 이어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전 3경기에서 비겨 반드시 결과를 내야하는 경기였다"며 한 숨을 돌렸다. 그리고 ACL이다. "집중해서 분위기를 경기날까지 끌어 올리도록 하겠다. 선발 구성은 복잡하지 않다. 어느 정도 구성을 해놓았다. 큰 틀에서 한 두명이 바뀔 수 있지만 큰 고민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경기를 할 수 있게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다."

32라운드를 조기에 치른 서울은 일찌감치 'ACL 모드'로 전환했다. 21일 수원FC전 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분위기는 살아났다. 수원FC에 1대0으로 승리하며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서 탈출했다. K리그가 없는 주말을 보냈지만 더 바빴다. 황선홍 감독은 24일 전북-성남전이 열린 전주성을 찾아 전북 전력을 재분석했다.

황 감독은 1차전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나쁘지 않다. 다만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골은 절실하다. "1차전은 전반전이다. 2차전도 생각을 해야 한다. 일단 득점이 목표다. 그렇게 경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결과를 떠나 K리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전북이 됐든, 서울이 됐든 2013년 이후 3년 만에 결승 진출팀을 배출하게 된다. 해외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는 국내 축구팬들도 반갑다.

전북과 서울은 K리그의 자존심이자 힘이다. 아시아의 눈길도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후회없이 부딪히길 바란다. 그들이 깜짝 놀랄 클래스가 다른 명승부를 기대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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