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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과 '아랫물'로 향하는 분기점 앞에 4팀이 섰다.
상주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였다. 선두인 '절대1강' 전북과 만난 상주는 스플릿 경쟁에 나선 4팀 중 가장 불리한 처지였다. 하지만 전북을 상대로 선제골을 성공시키면서 리드를 잡았고, 동점골을 내주긴 했으나 결국 1대1 무승부로 마무리하며 소중한 승점 1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성남이나 광주가 승리를 챙기면 전북전에서 얻은 성과는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성남과 광주를 외면했다. 안방에서 포항을 상대한 성남은 1대4 참패를 당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36분 피투의 그림같은 동점골로 희망을 되살렸으나 후반에만 3실점을 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룹A행 축포'를 울리려던 탄천벌은 12년 만에 다시 포항 지휘봉을 잡은 최순호 감독의 강렬한 복귀전 무대로 바뀌었다.
33라운드 종료 결과, 전남(승점 43)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고도 5위 자리를 지켰다. 상주는 전북전 무승부로 승점 42로 한계단 올라서며 그룹A 마지노선인 6위를 차지했다. 나란히 패한 성남(승점 41·46득점·7위)과 광주(승점 41·37득점·골득실 -3·9위)는 그룹B로 편입됐다.
전남 선수단의 라커룸은 기쁨의 눈물이 가득했다. 2013년 스플릿 제도 시행 이래 네 시즌 만에 처음으로 그룹A행 숙원을 달성했다. 시즌 중반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사퇴 발언을 했다 철회한 뒤 팀을 이끌어 온 노 감독의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수사불패(雖死不敗) 정신'을 강조하며 배수의 진을 쳤던 상주 역시 승강제 시행 이래 처음으로 클래식 잔류를 확정했다.
성남은 그룹A행 티켓 뿐만 아니라 명분과 실리, 모든 것을 잃었다. '그룹A 진출을 위한 중대결단'이라는 허울 속에 김학범 전 감독을 내쳤으나 돌아온 것은 그룹B행 티켓이었다. 김 감독 경질 뒤 거둔 성적은 1승3패였다. 구상범 감독대행이 어수선한 팀을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이미 희망은 없었다. 광주는 아쉬움을 곱씹을 만하다. '무등산 패트리어트'로 변신한 정조국을 앞세워 희망의 꽃을 피워냈지만 상위 그룹에 뿌리를 단단하게 내릴만한 뒷심이 부족했다.
막을 내린 허리싸움은 생존경쟁의 새로운 서막이다. 강등권의 수원FC(승점 33), 인천(승점 35)이 33라운드서 나란히 승리하며 또 다른 전쟁을 예고했다. 그룹B 가장 윗자리인 성남과 꼴찌 수원FC와의 간격은 불과 8점이다.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언제든 자리를 맞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두 명가'의 희비도 극명히 엇갈렸다. 포항(승점 41·37득점·골득실 -2·8위)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다며 반전을 다짐하고 있다. 12년 전 쓸쓸히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최순호 감독은 성남전 대승으로 비로소 어깨를 폈다. 수원FC에 일격을 당한 수원 삼성(승점 37·10위)의 운명은 바람 앞 등불이다. 강등권인 인천과 승점차가 불과 2점으로 줄어들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가설'에 지나지 않았던 수원의 강등 싸움은 이제 현실이 됐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팀의 믿기지 않는 몰락이다. 경기 종료 후 분노한 서포터스에 가로막힌 주장 염기훈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