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한국전 '매진 임박', 아자디는 '폭풍전야'

기사입력 2016-10-11 04:19



고요했다.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스타디움은 2년 전만 해도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설을 정비하면서 8만석으로 축소됐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규모다.

11일 오후 11시45분(이하 한국시각)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릴 한국과 이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둔 10일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슈틸리케호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했다. 15분 공개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마자 압도적인 웅장함이 느껴졌다. 꾸밈 없이 투박한 벽에 낮은 좌석. 마치 콜로세움을 보는 듯 했다. 슈틸리케호는 이란과의 대결 전 마지막 훈련에 비지땀을 쏟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코치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경기장에 수많은 검정 깃발이 꽂혀 있고 2층 스탠드 벽면에 붉은색 페르시아어 글자로 된 시문이 적혀있다.
시끌벅적하게 진행된 훈련. 하지만 경기장의 모습은 다소 이질적이었다. 고요하다 못해 무거웠다. 경기장 최상단 벽에는 검정 깃발들이 꽂혀있었다. 그리고 2층 스탠드 벽면에는 페르시아어로 된 이란 시문이 적혀있었다. 무슨 의미일까. 이슬람 시아파 최대 추모일인 타슈아를 기리기 위한 것 들이었다. 타슈아는 이란에서 가장 슬픈 날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타슈아는 한국-이란전과 같은 날이다. 때문에 이란 사회 내에선 경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이란축구협회는 수 차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경기 시각변경을 요청했다. AFC는 거절했다. 이날도 이란협회는 AFC에 재차 요청했다. 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많은 우려와 적지 않은 반대 속에 열릴 한국과 이란의 대결. 과연 이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축구 관전을 포기할까. 일각에선 그리 많이 찾아야 2만여명 정도 입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협회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관계자는 슈틸리케호가 8일 첫 현지훈련을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 자리했던 인물이다. 그는 "75장의 빼고 티켓이 다 예매됐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8만석 중 75장은 빼나마나 한 수치다. 매진이나 다름 없다. 다시 물었다. 이란협회 관계자가 웃으며 말했다. "못 믿을 줄 알았다." 두 번이나 확인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협회 매니저급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쯤 되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타슈아인 11일과 아슈라(12일·이맘 후세인이 살해된 날)은 공휴일이다. 연휴인 셈. 발길이 경기장으로 향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늘에 뜬 달이 검정 깃발에 걸릴 즈음 A대표팀 훈련이 마무리됐다. 선수단은 교통체증을 뚫고 숙소로 돌아왔다. 10일 테헤란의 밤. 폭풍전야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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