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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문에 그러시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감독은 선수단의 기획-설계자이자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전임자와의 동거는 한 집에 두 명의 아버지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묘한 상황이다. 송 감독과 노 코치의 처지가 그렇다. 송 감독은 "전남이 그룹A까지 오는 과정을 노 코치가 이끌어 온 만큼 능력도 인정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기존 틀을 크게 바꾸기 어렵다. (그룹A서 치를) 5경기를 통해 내 색깔을 보여주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계속 소통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송 감독과 노 코치는 몇몇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했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떨어져 지켜봤다. 후반 들어 송 감독이 사이드 라인 부근으로 나서 선수단을 지휘하기도 했으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전남이 후반 시작 1분 만에 유고비치의 헤딩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어색한 동거'는 유아무아 마무리 됐다.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이유로 김인수 전 포항 수석코치(45)가 14일 지휘봉을 잡고, 기존 조성환 감독(46)은 수석코치로 보직이 변경됐다.
P급 라이센스 때문에 부랴부랴 사령탑을 교체한 제주는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33경기를 이어온 전북의 무패행진을 깨뜨리며 3대2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환호했고 김 감독도 엄지를 세우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양 팀의 승리는 축하받을 일이지만 짚을 건 짚고 넘어 가야 한다. ACL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정작 중요한 자격요건을 놓치고 있었다는 게 이번 일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구단에 강조를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구단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뼈 아픈 말이다.
신뢰는 모래성과 같다. 쌓을 때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한번의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바지 감독'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전남과 제주에 꼬리표 처럼 달리고 말았다. 진정한 준비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