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수원FC, 실패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6-11-06 21:19


5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 경기를 펼쳤다. 인천이 수원FC에 1대0으로 승리하며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수원FC 선수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05

"박 기자, 우리 애들 잘했잖아? 잘한거 맞지?"

5일 늦은 밤 조덕제 수원FC 감독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평소 술을 잘 못하는 조 감독의 목소리는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고개 숙였지만 애써 덤덤하게 강등을 바라본 조 감독이었다. 하지만 혼자 남자 그 아쉬움이 진하게 찾아왔다. 술 한잔에 잊어보려 했지만,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한 시즌 동안 고생한 선수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수원FC가 결국 강등했다. 5일 인천전에서 마지막 기적을 꿈꿨지만 결과는 0대1 패배. 승점 39점에 머문 수원FC는 최하위로 1년 만에 다시 챌린지 무대로 돌아가게 됐다. 기적 같던 1년이었다. 수원FC는 지난 해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클래식 무대에 입성했다. 내셔널리그에서 챌린지를 거쳐 클래식을 밟은 최초의 팀이었다.

수원FC는 곧바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수원 삼성과의 수원더비로 K리그에 진정한 더비 시대를 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지만 수원FC는 물러서지 않는 경기로 매경기 명승부를 연출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5대4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양 팀 구단주의 SNS 설전으로 시작된 성남과의 깃발더비도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물러서지 않는 축구가 빛났다. 약팀이 강팀들을 상대하는 방식은 뻔하다. 수비를 강하게 한 뒤 역습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수원FC는 클래식에서도 챌린지부터 지켜온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점이 많았지만 매 경기 재밌는 축구를 펼쳤다. 올 시즌 내내 최하위 머물렀지만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버스 가로막기 한번 없었다. 수원FC는 무기력하게 물러섰던 기존의 꼴찌들과 달랐다. 지난 시즌 최하위 대전의 승점은 불과 19점이었다. 수원FC는 클래식에 걸맞는 경기력으로 마지막까지 강등전쟁을 뜨겁게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승강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을 지키고, 더 수준 높은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다. 영입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간극도 있었다. 조 감독도 이를 가장 아쉬워했다. 후반기 권용현, 이창근, 브루스, 김철호 등을 데려오고 팀을 재정비 한 후 8승을 챙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반 시행착오는 아쉽다.

수원FC는 시즌 개막 전 '119'라는 목표를 세웠다. 11승과 9위로 잔류하겠다는 뜻이었다. 수원FC의 올 시즌 성적은 10승9무19패. 목표에 단 1승이 부족했다. 이 1승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수원FC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색깔도 버리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 강렬했던 1년이었다. 잔류에는 실패했지만, 수원FC의 도전은 실패가 아니다. 그들은 '최고의' 꼴찌였다. 조 감독이 전화로 한 질문에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다. "예, 수원FC 참 잘했습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