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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의 뒤엔 누나가 있었다. 안현범은 평소에도 누나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도 "누나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나를 뒷바라지 했다. 그래서 엄마같은 누나라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더 마음이 울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범을 괴롭혔던 것은 어려운 형편 뿐이 아니다. 부상도 안현범의 발목을 잡았다. 안현범은 지난해 울산에서 프로데뷔를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7경기에서 1도움에 불과했다. 더욱이 시즌 막판엔 부상을 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종료 후엔 울산이 김인성 서명원 등 포지션 경쟁자를 영입해 설 자리를 잃었다.
안현범은 지난 겨울 제주에 둥지를 틀고 간간이 출전을 이어가며 연착륙을 꿈꿨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상 악재가 닥쳤다. 5월 무릎 연골이 찢어져 수술을 했다. 2개월의 공백. 그 시간 동안 안현범은 기나 긴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짧지 않은 공백으로 감각이 저하됐을 안현범. 하지만 지금은 수석코치가 된 조성환 감독은 여전히 안현범을 신뢰했고, 지속적으로 출전을 시켰다. 안현범은 "조성환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주셨다. 연골 찢어지는 수술했는데 2개월만에 복귀 시켜주셨다"며 "나도 자신감이 있었다. 감독님 믿음과 내 자신감이 융화됐다"고 했다.
이후 날개를 달았다. 안현범은 제주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팀의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도 이끌었다. 하지만 서울과 수원의 FA컵 결과에 따라 제주의 ACL 여정에 변화가 생긴다. 서울이 우승하면 제주는 ACL 본선에 직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안현범은 이날 감독상을 수상한 황선홍 서울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황 감독님이 수원 이기고 우승하면 우리가 직행하니 부탁드린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ACL이라는 더 큰 무대 나가면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리다 보니 한 번에 훅 크는 것 보다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며 "대표팀은 내가 감히 넘볼 수 없지만 더 성장해서 기회가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어제보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K리그도 끝났다. 하지만 안현범은 벌써 내년을 생각하고 있다. 안현범은 "(내년에)부상 없는 게 큰 목표다. 두 번째는 팀이 ACL 16강 이상 가는 것"이라며 "제주라는 팀이 홈 이점이 있다. 홈 앤드 어웨이 가면 좋은 성적 기대할 수 있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