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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을 감안해도 본가인 분당에서 구리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안 걸린다. 그 시간조차 아까웠다. 훈련장인 구리 GS챔피언스파크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만큼 분주하게 보낸 반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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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6개월 전으로 돌렸다. FC서울과 황선홍, 한때는 지긋지긋한 라이벌이었다. 황 감독이 서울 사령탑에 오를지는 누구도 몰랐다. 그도 "최용수 감독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서울 감독을 맡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운명이었다. 최용수 감독이 장쑤 쑤닝으로 떠났고, 빈자리를 채웠다.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선수, 좋은 성적의 맥락이 아니었다. 위험부담도 많지만 뭔가 다른 문화, 또 다른 세계를 경함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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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K리그 최종전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그는 "자신감 보다는 전반만 잘 넘기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제골을 허용하면 많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버텨서 1골 싸움을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틀 전의 추억을 더듬었다. 우승이 확정된 후에는 전북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전북의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고려했다. 코치들에게는 특별히 흥분을 자제시켰다. 황 감독은 "FA컵에서 우승하면 더 활짝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서울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최대 라이벌 수원 삼성과의 FA컵 결승전이 남았다. 14일 훈련을 재개한다.
황 감독은 "서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10년, 20년 오랫동안 계속했으며 좋겠다"며 웃은 후 "아직 시작도 안했다. 내년부터가 진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패스 없는 오로지 전진만하는 제대로 된 공격축구를 하고 싶다. 시즌 후 선수 보강을 통해 내 색깔에 맞는 선수들로 구성해 제대로 된 도전을 하고 싶다. 쉽지 않지만 서울에 ACL 우승컵을 꼭 선물하고 싶다. 최용수 감독과도 ACL에서 꼭 만나 재미난 싸움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입가에 다시 한번 미소가 번졌다.
황 감독은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사실 방법도 모른다. 반면 그라운드에선 다르다. '폼'나는 축구를 하고 싶은 것이 유일한 바람이다. 황 감독은 오늘보다 내일이 거 기대되는 지도자다. 그의 '진짜 축구'가 시작된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