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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품격은 위기에서 나온다.
차 분석관은 이번 우즈벡전의 '키맨'으로 꼽혔다.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 중이던 차두리는 이란전 패배 후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라이센스가 없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침체된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적임자로서 기대를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자신과 선수단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차두리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차 분석관 합류 후 대표팀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해피 바이러스로 무장한 차 분석관은 대표팀에 웃음을 되찾아왔다. 이정협은 "두리 형이 와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형이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해 주려고 하고, 그게 동기 부여가 된다. 우리도 밝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또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0-1로 끌려다녔다. 차두리는 고비마다 벤치에서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교체투입되는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준 것도 차 분석관이었다. 이재성은 "아무래도 중요한 경기이다보니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두리 형이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후반 40분 터진 구자철의 역전골로 이뤄낸 대역전승, 차두리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본인의 임무도 소홀하지 않았다. 차 분석관은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 두 센터백을 잡고 부족했던 것을 설명해줬다. 선수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진정한 소통이었다.
공교롭게도 경기 후 뜨겁게 포옹을 한 것은 차 분석관과 곽태휘였다.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서로가 무엇을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만이 느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감격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