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통한 성남 노림수, 운명은 2차전으로

기사입력 2016-11-17 20:57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17일 강릉종합운동장 한켠에 내걸린 서포터스의 걸개는 성남의 오늘이었다.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진출'을 부르짖었던 성남은 이날 생존의 벼랑 끝에 섰다. 챌린지(2부리그) 강등 3년 만에 클래식 승격에 도전하는 강원이 맞상대로 나섰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는 재치있는 문구로 승격 열망을 담았다. '깃발전쟁이여 영원하라!! 챌린지에서 쭈~~욱~~' 클래식 최하위로 일찌감치 강등이 결정된 수원FC와 성남이 올 시즌 치른 '깃발더비'을 비꼰 것이다.

이날 성남 벤치엔 구상범 감독대행이 모습을 감췄다. 지난 6일 포항과의 클래식 최종전에서 패한 뒤 저혈압 증세를 호소했던 구 감독대행은 구단 측에 더 이상 팀을 이끌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진행된 고성 전지훈련에서 팀을 수습한 것은 변성환 코치였다. 강원전을 앞두고 다잡은 것은 '다리'가 아닌 '마음'이었다. "선수 시절이었던 2007년 부산, 제주를 오가는 1년 동안 6명의 감독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 선수들의 심정이 와닿는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풀어놓고 의기투합하니 지난 1주일이 편했다. 바깥과 온도차가 크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차이는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겠다." 변 코치가 내놓은 승부수는 관록이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불리는 김두현과 황진성이 이날 나란히 미드필더로 선발출전 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경험 부족이 지적된 강원과의 중원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였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보기 드문 상황이다. 이 전술로 얼마나 훈련을 했을 지 싶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성남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김두현-정선호-황진성으로 이어진 성남의 중원이 강원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이 넘어갔다. 전방 압박까지 더해 강원의 숨통을 조였다. 하지만 마무리가 문제였다. 부상으로 빠진 황의조의 공백을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은 마테우스, 루이스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결정적 찬스는 나오지 않았다. 후반 39분 교체투입된 장혁진이 시도한 오른발슛이 골포스트를 맞았으나 골문으로 향하진 않았다. 승부는 0대0으로 마무리 됐다. 2013년 승강PO 시행 이래 이어진 클래식 팀의 3연패 행진이 끊겼다. '1차전 승리=승격'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승강PO 2차전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두 팀이 이 경기서도 90분 동안 0대0 무승부에 그칠 경우 연장전을 치르고, 그래도 골이 터지지 않으면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린다. 하지만 강원이 득점을 하면서 비기면 원정골(종합전적 및 점수가 같을 시 원정팀 득점 우선) 규정이 적용된다. 성남이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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