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의 시계가 각본 대로 흐르고 있다. 이제 고지까지 한 걸음 남았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전북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26일 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대회 결승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아시아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전북이 ACL 우승트로피에 입 맞춘 건 2006년이 마지막이다.
전북 역전승의 8할은 최강희 전북 감독의 지략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정 경기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최 감독이기에 안방에서의 필승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1차 과제였다.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 최 감독은 지난 9일부터 37명의 선수단을 25명으로 추렸다. 결승전 대비 훈련 인원만 남겨둔 것이다.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휴가를 부여했다. 가뜩이나 지난 15일까지 슈틸리케호에 6명이나 차출된 상황이라 훈련 집중력이 떨어질 건 분명했다. 최 감독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용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했다. 최 감독은 우측 풀백 자원인 최철순에게 중앙 수비 훈련을 시켰다. '경계대상 1호' 오마르의 그림자 수비를 주문했다. 자연스럽게 센터백 김형일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서서 플레이를 펼쳤다. 최철순은 "오마르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올 것이라는 것을 감독님께서 확신하셨다. 그러면서 센터백을 보게 됐다. 감독님의 분석이 적중했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은 "최철순이 오마르를 완벽하게 막아줬다"며 칭찬했다.
최 감독의 현미경 분석을 통한 원포인트 주문도 적중했다. 최 감독은 상대 중앙 수비수들의 발이 느리다는 것을 간파, 스피드가 빠른 레오나르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 레오나르도는 "상대가 나를 경계하는 걸 알고 있었다. 또 내 스타일도 간파당했기 때문에 영리하게 플레이 하려고 했다"며 "미팅 때 감독님께서 안으로 접었을 때 패스보다는 돌파 이후 슈팅을 하라고 하셨다.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0-1로 뒤진 후반 25분 최 감독의 주문을 그대도 이행했다. 이동국에게 패스를 받은 뒤 크로스 대신 간결한 터치에 이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적장도 최 감독의 전략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알 아인의 즐라코 다리치 감독은 "상대가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라이커(이동국)를 투입했다. 빠른 선수들도 있고 해서 교체카드를 쓰지 않았다. 전술적인 면에서 전북이 좋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최 감독의 예상과 시나리오대로 맞아 떨어진 한 판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원정 경기가 남았다. 전북은 시차와 환경 적응을 위해 20일 밤 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오른다. 최 감독은 "이기기는 했지만 원정 90분이 남아있다"며 "원정이 꼭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년간 그 곳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낯설지 않다. 충분히 우승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레오나르도 역시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는 "1차전 승리는 잊고 2차전에 집중하겠다. 돌아올 때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