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행 성남, '대탈출' 우려 현실로?

기사입력 2016-11-21 18:14



강등 후유증. 단지 위치 바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장 주머니 사정부터 어려워진다. K리그 대부분 구단의 유니폼, 광고 스폰서십 계약서엔 '강등 시 계약 해지' 조항이 걸려 있다. 새로운 계약을 맺더라도 금액 자체가 클래식 시절과 비교되지 않는다. 기본 팀 운영자금 만으로는 선수단 유지조차 힘들어진다. 선수들에게도 챌린지는 가시밭길이다. 경기수는 더 많지만 '급이 다른' 챌린지 무대는 기피대상이다. 자의반 타의반 새 둥지를 찾아 떠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순식간에 '강등→재정 악화→전력 하락→성적 부진'이란 악순환의 굴레에 휩쓸리게 된다. 모든 팀들이 강등을 피해보려 발버둥치는 이유다.

내년 시즌을 챌린지에서 시작하는 성남의 운명도 바람 앞 등불 신세다. 주력 자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엑소더스(Exodus) 조짐까지 엿보인다. 우선 간판 공격수 황의조(24)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남이 스플릿 그룹B로 떨어지는 지난달부터 일본, 중국 클럽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 황의조는 올 초에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은 바 있다. 김학범 전 감독이 '이적불가'를 선언하면서 올 시즌을 성남에서 보냈다. 김 감독이 떠난 뒤 성남이 챌린지로 추락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해외발 영입 제안이 몰려들고 있다.

황의조 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성남에서 베스트11 자리를 꾸준히 지켰던 선수 대부분이 국내외 팀들의 타깃이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아니다. 성남은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에 도전했던 강팀이다. 소위 '알짜배기'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매년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성남 선수들은 영입 1순위로 지목돼 왔다. 올 시즌 성남에서 활약했던 김두현 황진성 박용지 김동희 정선호 안상현 김태윤 이종원 박진포 조재철 김동준 등은 언제든 이적 제의를 받을 만한 선수들로 꼽힌다.

성남이 강등된 이튿날, 최근 구단 주변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오랜만에 나섰다. 성남 구단주인 이 시장은 강등 이튿날인 21일 '구단주가 드리는 편지'를 통해 '죽을 각오로 다시 뛰어봅시다. 여러분은 그저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성남시도 최선의 지원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클래식 리그 최종전이나 승강PO 때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구단주가 과연 구단 분위기를 알까"라고 반문하며 "최근 정치 현안으로 분주한 이 시장이 과연 구단 재건과 지원으로 얻는게 있겠는가. 관심을 쏟을 지도 의문"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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