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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도와주셔야 합니다. 꼭입니다. 약속하신 겁니다."
'K리그의 병자' 강원, 승격은 기적이었다
'클래식 복귀'는 강원의 숙원이었다. 2009년 창단해 바람을 일으켰던 강원은 이듬해부터 추락을 거듭하며 결국 승강제 시행 원년인 2013년 첫 제물이 됐다. 3년 간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자 강원도 내에서 '차라리 해체를 하자'고 나설 정도였다.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구단을 맡아달라'며 조 대표를 모셔왔다. 금융인 출신인 조 단장은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단장 시절 '돈 버는데 일가견 있는 CEO(최고경영자)'로 불렸다. 그런 그마저도 취임 초기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승격'이란 결과물이 꿈결같이 느껴질 만했다. 조 대표는 "지난 3월 구단 대표로 취임할 당시 제시 받은 목표가 '클래식 승격'이었는데, 솔직하게 '당장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이 올해 승격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구단에 와보니 안팎에 억울함을 안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 하더라. 억울함을 푸는 게 급선무였다"며 "억울함을 풀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나니 팀이 6연승을 하더라"며 "예상보다 빨리 클래식으로 승격을 했지만, 지금은 걱정보다 기쁨이 더 크다"고 미소를 지었다.
'ACL 출전권 획득'을 외치는 이면에는 '클래식 생존'이라는 큰 줄기도 자리 잡고 있다. 조 대표는 "클래식은 한국 축구 최상위 무대다. 챌린지 시절과 똑같이 도전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며 "우리 스스로 목표를 높게 잡고 그에 맞춰 팀 재정이나 선수단 규모를 꾸려야 생존할 수 있다. 구단주이신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더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겠다고 강조했다. (클래식 생존은)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올 여름 강원은 색다른 시도를 해 눈길을 모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종목이 열리는 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홈 경기를 열었다. 스키점프대 시설이 위치한 북쪽 관중석을 제외한 나머지 관중석은 전용구장과 똑같은 규격을 갖추고 있어 경기 관람에 안성맞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스키점프대 옆에 자리잡은 인공폭포도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영동-영서의 양대 축인 강릉, 원주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평창군의 관중동원력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조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강릉, 원주 홈 경기 때보다 평창에서 홈 경기를 개최했을 때 평균 관중 수가 더 많았다"며 "고척스카이돔 사례만 봐도 컨텐츠가 좋으면 팬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경기 뿐만 아니라 LED조명탑, 인공폭포, 전광판 등을 활용해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가치를 높이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대한 연합'을 꿈꾼다
축구는 여전히 '마케팅 불모지'다. 폭발적 인기를 등에 업고 산업화 단계에 접어든 지 오래인 프로야구와 공기부터 다르다. 지자체, 도의원 등 정치적 입김을 무시 못하는 '도민구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강원에게 '마케팅'은 빛좋은 개살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 대표는 "오히려 강원이 넥센 초기보다 여건이 낫다"고 했다. 강원 구단 엠블렘에 새겨진 '그레이트 유니언(Great Union)'이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조 대표의 명함 뒷면에도 크게 새겨진 문구다. 조 대표는 "창단 당시 6만8000여 주주들의 뜻이 모인 구단이다. 이들이 참여한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 경기장을 찾게 하는 게 구단의 일"이라며 "이들 중 6분의 1만 매 라운드 경기장을 찾아와도 기업들이 구단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러면 수익이 생기고 구단, 주주 모두 웃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민들은 어느 지역보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큰 분들이 많았다. 모두가 '어렵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안될 게 뭐 있어'라고 되묻는다. '강원도의 힘'을 믿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