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감독 "포항 바꿀 비법, 수첩에 다 적어놨어요"

기사입력 2016-11-30 18:31



"시즌이 끝나니까 더 바쁘네요."

최순호 포항 감독은 눈코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 만나지 못했던 포항시와 포스코 관계자들과 매일 미팅을 하고 있다. 다음 시즌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선수 영입 작업도 한창이다. 외국인 선수 비디오를 보고, 영입 대상 선수 리스트를 보며 추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마무리 훈련이다. 최 감독은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마무리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 감독에게는 다음 시즌 대비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최 감독은 9월 위기에 빠진 포항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12년만의 친정복귀였다. 성남과의 복귀전에서 4대1 대승을 거두는 등 초반 3경기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연패에 빠지며 10위까지 추락했다. 막판 다시 무패행진으로 잔류에 성공했지만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최 감독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승강제에 대한 압박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긴박한 순간 지휘봉을 잡았던만큼,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선수단 운용도 기존 주축들 위주였다. 최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서 다시 처음부터 선수들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전 쌓아놓은 데이터에 마무리 훈련 동안 다시 한번 본 선수들의 특성, 장단점을 수첩에 꼼꼼히 기록했다. 최 감독은 "수첩에 포항을 바꿀 비책이 있다"고 웃은 뒤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미팅하면서 고쳐야할 점 등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첫번째 터치와 패스에 대한 이해도다.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손수 나서 선수들을 가르쳤다. 다행히 선수들의 이해가 빠르다. 최 감독은 "실업축구, 신생팀 등에 있었는데 확실히 우리 선수들이 이해도가 빠르다. 가르쳐 준 것을 빠르게 흡수한다"고 웃었다. 신인급 선수들 중에는 주목할만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 감독은 "아직 이름까지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전보다 분명 성장했고, 성장세도 빠르다. 잘만 만지면 다음 시즌 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의 성장은 유일한 위안이다. 선수들의 육성은 '노장' 최 감독의 소임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각오한 일이다. 힘들거라 생각했다. 내가 취임하면서 '선수를 육성해 다시 한번 포항의 황금기를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자신도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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