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역대급 슈퍼파이널의 흥분, 패자는 없었다

기사입력 2016-12-04 19:02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수원 삼성이 FC서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 선수들이 FA컵 트로피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2.03

'역대급'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슈퍼매치에 결승전이 더해져 슈퍼파이널이었다. 수식어가 필요없었다. 그라운드는 흥분이 물결쳤고,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언제 또 다시 이같은 명품 매치를 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FA컵 결승전,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최후의 운명이 결정됐다. 수원이 2010년 이후 6년 만의 FA컵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2연패 목전에서 우승컵을 놓쳤다. 그렇게 희비는 엇갈렸다. 하지만 패자는 없었다. 주연인 수원의 환희는 설명이 필요없고, 조연인 서울도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었다.

12월의 첫 주말, 상암벌에는 3만5037명이 운집했다. 역대 최다인 4만명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이 부활했다. 수원이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흐름이 이어졌다.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수원에서 펼쳐진 1차전은 수원이 2대1로 승리했다.
후반 8분 선취골을 성공시킨 조나탄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2.03
비기기만해도 되는 수원은 스리백과 강력한 압박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15분 조나탄, 전반 28분 권창훈, 전반 30분 이상호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서울 수문장 유상훈의 선방에 걸렸다. 갈 길 바쁜 서울은 좀처럼 흐름을 잡지 못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압박감이 발걸음을 더 무겁게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전반 36분 수원 수비의 핵 이정수가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11대10, 서울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전열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43분 지난해 FA컵 MVP 다카하기도 경고 2회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되돌릴 순 없었다. 10대10, 다시 균형이 이뤄졌고, 전반은 득점없이 끝이 났다.

45분이 남았다. 이대로면 수원의 우승이었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25분 터졌다. 수원이었다. 이상호의 패스를 받은 조나탄이 반박자 빠른 회심의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의 포효가 상암벌을 갈랐다. 반면 서울은 할 말을 잃었다. 설상가상 수원의 선제골 직전 서울 김치우가 수원 장호익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다. 엠뷸런스가 등장했고, 김치우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김치우는 검진 결과, 다행히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서울 김치우가 구급차에 실려나가고 있다.
수원에서 펼쳐진 1차전은 수원이 2대1로 승리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2.03/
서울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최소 2골이 더 필요했다. 그래야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올 시즌 K리그 챔피언 서울은 FA컵 우승을 통해 더블을 꿈꿨다. 그 빛이 희미해지는 듯 했지만 서울은 서울이었다. 후반 30분 대반격이 시작됐다. 주세종의 발을 떠난 볼은 박주영에게 연결됐고, 박주영이 아드리아노에게 크로스했다. 아드리아노가 만회골을 작렬시켰다. 한 골이 더 필요했지만 후반 39분 아드리아노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후반 44분 신예 윤승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한 듯 했다. 시계는 후반 45분에서 멈췄다. 인저리타임은 5분이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권창훈 이상호에 이어 후반 46분 조나탄을 뺐다. 사실상 우승을 확신한 듯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황 감독의 용병술이 후반 48분 기막히게 적중했다. 윤승원이 '대형 사고'를 쳤다. 박주영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화답, 역전골을 터트렸다. 2대1, 승부는 다시 원점이었다.

결국 승부는 30분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키를 쥔 쪽은 서울이었다. 수원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서울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신의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서울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PK 신' 유상훈이 골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부차기도 끝을 몰랐다. 수원의 세 번째 키커 조원희의 슈팅이 유상훈의 손에 걸렸지만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네 번째 키커 조동건은 발을 떠난 볼은 골대를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장군멍군이 계속됐다. 필드플레이어 9명 전원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수원이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며 FA컵을 차지했다. 승부차기에서 10번 째 키커로 나와 실축을 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오스마르와 고광민의 위로를 받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2.03/
10번째 키커는 두 팀의 수문장이었다. 하지만 유상훈에게는 운명이 야속했다. 그가 찬 볼은 허공을 갈랐다. 반면 수원의 양형모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손에 땀을 쥔 혈투의 종착역이었고, 수원이 올 시즌 FA컵의 주인공이었다. 서울도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분위기였다. 유상훈이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팬들은 "유상훈"을 연호하며 위로를 담아 응원을 했다.

2016년 12월 3일, 수원과 서울의 전쟁은 FA컵 사상 최고의 매치로 기록되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