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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12월의 첫 주말, 상암벌에는 3만5037명이 운집했다. 역대 최다인 4만명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이 부활했다. 수원이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흐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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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이 남았다. 이대로면 수원의 우승이었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25분 터졌다. 수원이었다. 이상호의 패스를 받은 조나탄이 반박자 빠른 회심의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의 포효가 상암벌을 갈랐다. 반면 서울은 할 말을 잃었다. 설상가상 수원의 선제골 직전 서울 김치우가 수원 장호익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다. 엠뷸런스가 등장했고, 김치우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김치우는 검진 결과, 다행히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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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서울 감독은 후반 44분 신예 윤승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한 듯 했다. 시계는 후반 45분에서 멈췄다. 인저리타임은 5분이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권창훈 이상호에 이어 후반 46분 조나탄을 뺐다. 사실상 우승을 확신한 듯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황 감독의 용병술이 후반 48분 기막히게 적중했다. 윤승원이 '대형 사고'를 쳤다. 박주영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화답, 역전골을 터트렸다. 2대1, 승부는 다시 원점이었다.
결국 승부는 30분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키를 쥔 쪽은 서울이었다. 수원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서울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신의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서울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PK 신' 유상훈이 골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부차기도 끝을 몰랐다. 수원의 세 번째 키커 조원희의 슈팅이 유상훈의 손에 걸렸지만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네 번째 키커 조동건은 발을 떠난 볼은 골대를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장군멍군이 계속됐다. 필드플레이어 9명 전원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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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일, 수원과 서울의 전쟁은 FA컵 사상 최고의 매치로 기록되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