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가장 추웠던 14일, 하늘에서는 눈까지 내렸다. 가파른 비탈길이 더욱 미끄러웠다. 그래도 검은 연탄이 묻은 얼굴 사이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배달은 나이,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평등하게 이뤄졌다. 다리가 불편한 슈틸리케 감독만 열외였다. 대신 그는 지게에 연탄을 싣는 일을 전담했다. 정 회장이 가장 먼저 지게를 짊어졌다. 그는 "작년 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웃었다. 임원진과 직원들, 지도자들도 따라 올해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연탄배달은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할 때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진짜 연탄배달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다.
속도를 내는 이들은 역시 훈련으로 다져진 선수들이었다. 6개씩 짊어지고 고개를 오르던 선수들이 리어카를 찾았다. 한번에 50여장을 실었다. 권창훈 김승규 이근호 김진현 등 건장한 선수들이 힘을 모으자 쏜살 같이 언덕을 올랐다. 배달지에 도착하자 저마다 "앞이 힘들다", "뒤가 힘들다" 옥신각신이다. 리어카 앞에서 끌던 '힘없는 막내' 권창훈은 그 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만 힘쓴거 같아요." 지켜보던 형들이 웃었다. 싣고 온 연탄을 나르는 것은 골키퍼가 일등이었다. 김진현이 큰 손으로 연탄을 거침없이 나르자 여기저기서 "체질이네, 체질"이라는 감탄사가 연신 쏟아진다. 이날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석한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여기서도 해피 바이러스를 뿜어댔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웃음꽃이 피었다. 여자 선수들도 빼지 않고 힘을 실었다. 얼굴에 연탄자국이 선명했지만 웃음만은 잃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