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의 K리그 습격]②돈다발 쥔 日, '亞EPL' 꿈꾼다

기사입력 2016-12-18 18:34


ⓒAFPBBNews = News1

지난 7월, 일본 축구계가 환호했다.

J리그가 돈방석에 앉았다. 영국 스포츠 콘텐츠 전문기업인 퍼폼그룹과 2017년부터 10년 간 2100억엔(약 2조255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07년부터 10년 간 J리그를 중계해 온 스카이퍼펙트커뮤니케이션스로부터 받은 중계권료(500억엔)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퍼폼그룹은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인 다즌(DAZN)으로 TV와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통해 J리그 1~3부리그 전경기를 생중계한다.

거액의 중계권료가 J리그에 가져다 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J리그는 이제 한해 중계권료만으로 리그 운영비-클럽 분배금 해결뿐만 아니라 투자까지 이룰 수 있게 됐다. 타이틀스폰서와 9개 톱스폰서, 수퍼컵, 리그컵, 입장권 등 세분화된 스폰서 계약금까지 합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돈이 넘쳐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돈다발을 움켜쥔 J리그는 곧바로 '투자'에 들어갔다. 지난 7일 이사회에서 내년 예산을 265억900만엔(약 2662억원)으로 잡았다. 클럽 배분금은 두 배로 늘렸다. 제도도 바꿨다. 외국인선수 보유 규정을 손질하고 단일 리그제로 회귀하면서 클럽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수 년 전부터 중계권을 앞세워 공략해 온 동남아 시장에선 프리시즌 대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그동안 이어온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 클럽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목표는 '아시아 시장 석권'이다. 'ACL 우승', '최강 리그'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궁극적 지향점은 '수익'이다. 중계권 판매에 그치지 않고 흥행몰이와 이를 통한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적은 이를 위한 발판일 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익을 만들어 냈듯이 J리그도 아시아 시장에서 비슷한 골격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선점효과'도 노리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는 '차이나머니'를 발판으로 무섭게 성장 중이지만 기반 자체가 워낙 취약했기에 아직까지 수익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재정한파에 휩싸인 K리그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실탄을 두둑하게 채운 J리그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다.

투자는 곧 실력이 된다. 전북 현대의 아시아 제패로 확인된 평범한 진리다. 돈다발을 앞세운 J리그 클럽들이 실력면에서도 아시아 정상권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J리그는 이미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동아시아 대표 리그'로 자리잡았다. 어쩌면 곧 국내 팬들이 J리그를 EPL처럼 주말마다 시청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