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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운명을 결정할 '박싱데이(Boxing Day)'가 다가왔다.
EPL에서 박싱데이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일반적인 박싱데이가 '1년을 정리하는 휴식의 날'이라면 EPL 박싱데이는 '1년 농사를 결정할 가장 바쁜 날'이다. 다른 리그가 크리스마스를 즈음에 3주 정도의 휴식기를 취하는 것과 달리 EPL은 크리스마스 휴식기가 없다. 오히려 박싱데이에 무조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통때문에 최악의 스케줄이 만들어진다. 주말 경기를 치르고 주중 박싱데이 경기를 치르고 또 주말경기를 치러야 하는 박싱데이 일정은 언제나 EPL팀들의 고민거리다. EPL에 입성한 감독들은 하나같이 살인적인 일정에 혀를 내두른다. 루이스 판 할 전 맨유 감독은 "이런 일정으로 하는 것은 축구가 아니다"고 했고, 로날드 쿠만 에버턴 감독은 "미친 일정"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나마 올해는 26일이 현지시각으로 월요일이라 주말 일정과 겹쳐 열리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박싱데이를 둘러싼 속설 때문이다. '박싱데이 주간 선두를 지킨 팀은 우승을 차지하고, 강등권에 머문팀은 챔피언십으로 추락한다.' 실제 데이터가 입증한다. 지난 6시즌 동안 박싱데이 주간에서 선두를 달린 4팀(2010~2011시즌 맨유, 2011~2012시즌 맨시티, 2012~2013시즌 맨유, 2014~2015시즌 첼시)이 우승을 차지했다. EPL이 출범한 후 24시즌 중 크리스마스 챔피언이 실제 챔피언으로 이어진 것도 12번에 달한다. 강등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박싱데이 주간 강등권에 있던 애스턴빌라, 뉴캐슬은 어김없이 강등됐다. 물론 박싱데이 때문에 우승하고, 강등된 것은 아니겠지만 살인 스케줄을 어떻게 넘겼는지가 그 팀의 현주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싱데이 주간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우승경쟁과 달리 강등권은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18위 선덜랜드(승점 14), 19위 스완지시티(골득실 -17), 20위 헐시티(골득실 -22·이상 승점 12)가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17위 크리스탈팰리스(승점 15)도 사정권이다. 한 경기 결과로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강등권 팀들은 일단 크리스마스만이라도 강등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과연 EPL팀들은 박싱데이 기간 동안 박스 안에 어떤 결과물을 담아갈까. EPL 팬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한주가 다가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