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무너지던 K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울산은 2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6대0으로 대승했다. 전후반 각각 3골씩을 몰아치면서 안방을 지배했다. "승리하기 위해 울산에 왔다"고 호언장담 했던 존 알로이시 브리즈번 감독은 90분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 볼 뿐이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의외의 수를 들고 나왔다. 원톱 이종호를 벤치에 앉혀두고 윙어인 코바, 김인성을 투톱으로 배치했다. 2선에도 한상운 김승준 대신 지난해 부산에 임대됐던 이영재를 세웠다. 지난 21일 가시마 앤틀러스전(0대2 패)에서 첫 선을 보인 오르샤와 짝을 이뤘다. 키치SC(홍콩)와의 ACL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혈투를 치른데 이어 가시마전에서 완패했던 김 감독 입장에선 반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무리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코바와 달리 김인성의 최전방 기용은 의외였다. '미완의 대기'로 꼽혔던 이영재의 몸놀림 역시 의문부호가 붙을 만했다. '도박'에 가까운 변화였지만 김 감독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쪽을 택했다.
변화는 적중했다. 김인성은 빠른 발을 앞세워 브리즈번 수비라인을 휘저었다. 전반 10분과 후반 23분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결정력도 증명했다. 부상 중인 김성환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코바도 돋보였다. 그동안 따라붙은 이기적인 외국인 선수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헌신적인 플레이로 울산의 대승에 일조했다. '캡틴의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시너지를 노렸던 김 감독의 묘수였다. 이영재는 후반 23분 김인성의 골을 도우면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들 외에도 센터백으로 발을 맞춘 정승현, 리차드와 아시아쿼터 페트라토스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오르샤의 존재감은 지난 가시마전보다 더 빛났다. 전반 13분, 전반 34분 멀티골로 임무를 100% 완수했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 K리그 외국인 선수 최대어로 지목된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다소 늦게 팀에 합류했음에도 완벽하게 김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였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브리즈번전 대승의 가장 큰 힘을 '신뢰'로 꼽았다. 그는 "지난 가시마전에서 패한 뒤에도 선수단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 감독이 '더 잘해보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던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 역시 브리즈번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9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했다. 가시마전 이후 힘들었을 텐데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했다"며 "선발, 교체 선수 뿐만 아니라 함께 훈련한 나머지 선수들까지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 올 시즌 잘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대승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